사진이 기억을 독재하다
사진이 발명되기 전까지 기억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었다. 자신의 변하는 모습이란 상상할 수 없었고, 화가에게 그림을 맡길 수 있는 귀족들이나 늙어가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역치 이하의 변화되는 이미지는 기억이 담아내지 못했다. 희미해지는 기억을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고, 뿌연 꿈 속의 장면이 되었다. 대신 기억은 공정했다. 인상적인 장면은 기억에 오래 남고, 일상적인 일은 추상적인 기억으로, 의미없는 시간들은 망각의 배수구로 빨려나갔다. 첫경험, 충격정도, 감정상태, 그 일의 중요성, 당시의 신경생리상태, 기억의 회상 횟수, 연상의 용이함 등에 따라 기억의 선명함은 결정된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사진의 기억 독재 속에 살고 있다. 사진의 그 완벽한 선명성은 어떤 기억도 뛰어 넘을 수 없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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