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일상적인 일은 내가 하고도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열쇠를 잠궜나, 가스 밸브를 잠궜나 하는 걱정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평소 습관대로 해놓고 기억을 못한 것이다.
나는 고등학교를 다닐 때, 한참 길을 가다가 깜짝 놀랜 적이 있다.
교복바지로 안 갈아입고, 잠옷을 입고 나온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슴이 철렁하면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나도 모르게 교복 바지를 입고 있었다.
나는 정말 기억이 없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자주 있었다.
군대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수고하십시오'라는 인사를 했는지, 관등성명을 댔는지 기억이 안 나서 조마조마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이건 원 교복바지처럼 확인할 수도 없다. 관등성명을 댔는지 물어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앞의 경우와는 달리 진짜로 안 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습관으로 형성된 뉴런 덩어리는 더 이상 기억이 관여하지도 않는가 보다.
그냥 그렇게 굳은살처럼 무감각하게 나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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