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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우주소리 (2002년 11월 작성) 어제 저녁 방바닥에서 왼팔을 베개 밑에 집어 넣고 왼쪽 귀를 베개에 파 묻은뒤 우주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다. 아니 우연히 들렸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우주가 움직이는 소리. 그건 절대로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아니었다. 더보기
10일 8시 57분. (2003년 10월 작성) 10분전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책을 덮고 두 손을 모은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아무도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자습시간이 다 끝나간다 마치 명상에 잠기듯 눈을 감는다 (후~ (스극 (킁 (스극.. (드르륵.. (드륵 (킁 (끽~ 열 댓 명의 뇌를 느껴보려 애쓴다. 방금 책장을 넘기는 뇌가 되었다가, 코를 훌쩍이는 뇌가 되었다가, 위층에서 집에 가려고 의자를 드르륵 빼는 2학년의 뇌가 되본다. 눈을 감고 고요히 소리만 듣으니, 그 모든 뇌들의 활발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모두가 자신의 시선과 자신의 촉감으로 자신의 위치를 느끼고 있다. 대등하지만 모두 다르게. 더보기
습관에 갇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습관 그 자체일 뿐이다. 명상서적을 많이 읽던 때가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대학교 1학년쯤 까지인 걸로 기억한다. 주로 오쇼라즈니쉬와 크리슈나무르티의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 덮었을 때의 짧은 시간만큼은 명상을 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한 4년동안은 명상서적을 읽지 않았다. 명상 서적을 읽을 때만 명상을 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명상서적을 읽을 때와 지금처럼 읽지 않을 때, 화나 짜증을 내는 빈도 수나 마음의 여유 등의 차이를 측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책을 읽는 순간만이라도 명상을 할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던 것 같다. 그 책들을 읽으면서 '존재의 이유'라던가, 깨달음이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서, 추상적인 수준에서나마 추론할 수 있게 되었다. 두 의문에 짧게 내렸던 결론은 "'나'는 .. 더보기
[펜타포트 2008] 과장된 몸짓, 과장된 쾌락 한국 젊은이는 억압된 것을 다 쏟아내는 듯했다. 다른 외국인보다 유독 많이 뛰고, 팔을 허공에 찌른다. 그런 과장된 몸짓을 통해 오로지 그 순간에만 허락된 감정을 다 토해낸다.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고, 설사 있다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를 볼 기회도 부족한 환경에서 이 기회에 모든 걸 다 쏟아내자는 그런 분위기랄까. 일부는 음악은 듣지 않고 분위기에만 취해서 몸을 흔드는 것 같고, 그래서 노래와 어울리지 않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한다. 어찌보면 유쾌하고, 어찌보면 슬픈 그 몸짓 속에서 나 또한 무릎과 허리와 고개를 쉴새없이 피킹을 하며 그동안 어느 곳에서도 할 수 없었던 몸으로의 명상을 했다. 사진: Ozomatli 더보기
'공포'라는 명상 나는 유난히 겁이 많다. 그 겁의 근원은 죽음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겠냐만 나는 좀 심하다. 아주 사소한 일에도 죽을까봐 겁을 낸다. 그래서 등산도 못 하고, 놀이기구도 못 탄다. 그래서 롤러코스터를 타며 즐거워 하는 사람들을 심정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아무리 안전장치를 해 놓았더라도 사고가 날 가능성이 미미하게라도 있으면 죽음의 공포가 날 압도해버린다. 번지점프를 하면 1억을 준다고 해도 나는 안 할 것이다. 스릴을 즐기는 사람들을 심정적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나름의 견해가 있다. "극도의 스릴을 느끼는 순간 생각이 멈추게 되고, 이 (수동적인) 명상을 느끼려고 사람들은 일부러 (안전이 보장된) 공포의 상황으로 몰아 넣는다." 공포의 상황은 생각이.. 더보기
명상에 대한 잡상들 1. 자연적인 명상이든, 인위적인 명상이든, 그 시간 뒤에는 마음이 정리되고 정갈해지는 기분이다. 명상의 상태는 아무것도 없는 무심한 상태라 어떤 상태라고 딱히 말할 수가 없는데, 결국, 명상일 때의 기분은 명상이 끝난 뒤에야 알 수 있다. 모순인 것이 그 상태는 이미 자아가 다시 돌아온 상태라 결코 명상일 때의 기분을 설명할 수는 없다. 결국 명상의 목적이 명상 이후에 명상이 아닌 상태를 위한 것이라면, 자아가 사라지는 명상이 자아를 위한 것이 되고, 자아라는 허상을 깨달으려면 자아가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2. 흔히 깨달았다고 하는 상태, 부처, 오쇼 라즈니쉬, 크리슈나무르티 등이 다다른 상태에 닿으려면 명상이 필요한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행하는 명상이 마일리지처럼 쌓이면서 깨달.. 더보기
명상은 무슨 똥이 마려운데 명상이 가능한가! 더보기
밑의 글, '실낱'에 대한 설명 밑의 글에 '뭔소리야...'라는 댓글이 달려 이 글을 쓴다. 저렇게 뭔소린지도 모르게 뭔가 아는 척하며 글을 쓴 이유는, 뭔가 있긴 한데 나도 그게 뭔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나중에 더 정리가 되면 길게 뭔 소린지 알게 쓰려고 했다. 그런데 그 친구 댓글에 다시 댓글을 달긴 달아야겠고, 댓글로 달기에는 너무 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 나도 아직 뭔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적어보기로 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이라는 소설을 보면, 주인공들이 거대한 우주 범선을 만들어 다른 행성을 새로운 인류의 희망을 안고 찾아간다. 베르나르의 소설들에서는 절망적인 인류의 행태들이 자주 서술된다. 특히 텔레비전을 보는 장면을 통해 그 절망을 표현한다. 전쟁과 테러는 끊이지 않고, 세계의 모든 인구가 먹고도 남을 식량이.. 더보기
실낱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에너지 최소화와 명상이 만나는 지점 때문이다 더보기
가끔씩 (2003년 4월 10일 작성) 지금 움직이고, 누군가와 대화하고, 거울에 보이는 게 나라는 사실에 ...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영혼이 육체를 보고 놀라고. 육체가 영혼을 느끼고 놀란다. 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 자살의 충동을 느낀다. 현실로 돌아오면 다시 나라는 존재를 잊어버리고 그 가끔의 시각에 나를 찾게 될 땐 사실 나란 놈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단 걸 알게 된다. 더보기
범인(凡人)의 명상 눈을 감고 음악에만 녹아 있을 때 영화가 끝난 뒤 여운을 느낄 때 저녁 노을을 보았을 때 음악을 들으며 미친듯이 몸을 흔들 때 오르가즘을 느낄 때 시를 읽고 났을 때 자지러지게 웃을 때 공포라는 스릴을 즐길 때 나는 언어를 잊는다. 더보기
음악이라는 용매 눈을 감고 오로지 음악만 생각한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음악만 존재한다 내가 딛고 있는 땅 내가 잡고 있는 의자 모두 거짓일 뿐이다 음악만이 세상에 남아있다 다른 모든건 다 거짓이다 나라는 존재는 공중에 뜬채로 모든 거짓된 정보들은 거짓으로 판단할줄 아는 능력이 생긴다 남아있는 건 오로지 음악과 그 음악을 받아들이는 뇌 아니 뇌도 필요없다 오로지 음악만 존재한다 가끔씩 그렇게 음악에 녹아든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걸 잊을수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