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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메모> 박사학위로는 부족하다 저자: P.J. Feibelman 역자: 최경호 출판사: 북스힐 이 책의 보조 제목은 "과학도를 위한 생존전략"이다. 과학은 물질세계의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이지만 과학자는 다른 직업과 다를 바 없는 직장인이다. 그 직장이 연구소가 됐든 대학이 됐든 기업이 됐든 자신의 꿈과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연구 외적인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누구나 처음에는 자기만의 능력을 발휘하여 서로 데려가려는 인재가 되는 것을 꿈꾸지만 대부분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연구능력만으로 직업세계에서 굳건하려면 엄청난(세기의 천재급의) 능력이 필요하다. '생존전략'이라는 다소 거창한 보조제목을 붙였지만 저자는 이제 막 전문가의 세계에 발을 들인 과학자(혹은 공학자)에게 필요한 실용적인 정보들을 제공한다. 주로 박사후 연구과정에게 필요.. 더보기
<책메모> 아프니까 청춘이다. 김난도의 는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시크릿'과 '긍정의 힘' 등 대책없이 긍정적인 마음을 심으려는 사기성 짙은 책들과 같은 유(類)가 아닐까 의심이 됐지만 기우였다. 제목에서는 아프니까 청춘이라지만 아픔을 미화하지 않는다. 청춘이 겪는 아픔을 구체화하고 아픈 상처의 딱지가 곱게 앉도록 혹은 이 아픔이 지나면 면역이 생겨 더 이상은 같은 일로 아프지 않도록 조언한다. 조금은 뻔한 말을 하는 꼭지도 있지만 그 꼭지까지 흔들리는 어느 청춘에게는 위로이자 따끔한 조언이 될 것이다. 확고할 줄 알았던 미래와 미래에 대한 의지가 번져버린 물감처럼 형체를 알 수 없게 되버린 지금의 나에게도 이 책은 글의 소비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기억하고 싶은 행을 메모해둔다. 모쪼록 나는 그대들이 더 어리석었으면.. 더보기
이성복의 시집. "아, 입이 없는 것들" 예전에 누구와 시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가 시인 중에 누굴 제일 좋아하냐는 질문을 들었다. 당장 떠오르는 이름이 이성복이어서 이성복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성복의 시집은 딱 한 권 뿐이었다. 시집의 권수가 좋아하는 정도와 비례한다면 황동규를 말했어야 하지만 그 때는 이성복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읽었던 이성복의 "아, 입이 없는 것들" 시집이 강하게 남았었나보다. 들려주고 싶은 시들이 많지만 봄에 관한 시 두 개만 골라보았다. 삼월의 바람은 삼월의 바람은 순하지 않다 연립 주택 옥상에 올라 기저귀를 내거는 뚱뚱한 새댁의 느린 걸음걸이 삼월의 바람은 출정하는 배들의 돛폭처럼, 흰 기저귀 하늘로 밀어올리고 뒤뚱거리는 새댁의 모습 귀지처럼 가볍게 눈앞에 떤다 다만 삭은 빨래집게의 풀어진 힘으.. 더보기
우승 열패의 신화(박노자) - 한국을 지배한 사회진화론의 시작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추천하고 싶은 책을 딱 한 권을 꼽으라면 박노자의 '우승열패의 신화(2005, 한겨레출판)'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던 문제에 절반 정도의 해답은 주었다. "왜 한국은 이리도 세계를 국가간의 경쟁의 장으로만 파악하고, 소제국주의적인 열망을 내뿜으며 때늦은 사회진화론에 함몰되었는가. 지배자부터 사회 하층까지의 전면적인 극우화, 승자독식을 벗어난 사회를 상상조차 못하는 상태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가." 약육강식, 우승열패 사상에의 세뇌, 그 이유에 대해서 궁금하던 차였다. 이 책은 서구의 사회진화론이 아시아로 건너 왔던 그 때, 조선의 개화 지식인들의 머리 속을 파헤친다. 개화 지식인들이 직접 썼던 글을 읽다보면, 우리가 아는 독립운동가들의 절대 다수는 지금 한국의 극우파들과 .. 더보기
과학 도서 추천 릴레이 나는 정말 책을 읽지 않는 편이고, 그 중 과학 서적은 15%도 되지 않는데, 무책임하게 바통을 넘겨받았다. 책도 책이지만 다음 주자를 누구로 할지 더 걱정이다. 몰래 블로그만 구독하지, 어디에 댓글을 달거나 트랙백을 보내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어서 친한 블로거가 없다. 일단 책부터 추천하자. 내가 주로 읽는 과학서적의 주제는 크게 세가지다. 진화, 뇌, 복잡계(네트워크). 각각을 주제로 한 책을 읽기도 하지만 복합적인 주제의 책을 고를 때도 있다. '진화+뇌'로 진화심리학을 읽고, 스튜어트 카우프만의 '혼돈의 가장자리'같은 경우는 복잡계에 진화가 더해진 책이다. 실제로도 이 세 가지 주제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연관시켜 연구할 수 있다). 추천할 세 권의 책은 이 세 주제 중 골랐다. 1. 혼돈의 가.. 더보기
진화심리학 나는 심리학을 좋아한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진화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진화 심리학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진화 심리학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다. 또 진화심리학이 심리학 분야에서의 주류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심리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는 친구한테 물어도 진화 심리학의 입문 책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일단 시중에 나와있는 진화심리학에 관한 서적을 찾아서 읽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처음 고른 책이 '하룻밤의 지식여행' 시리즈 중 하나인 '진화심리학'이라는 책이었다. 페이지 수도 얼마 안 되고, 글보다 그림이 많은 책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진화심리학이 어떤 것인지, 어떤 이론들이 있는지 개략적으로만 알고 싶을 때는 이보다 더 적절한 책은 없는 것.. 더보기
향수(Das Parfum) 향수라는 책을 처음 알게 된 건,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누나가 생일 선물로 그 책을 받게 되면서이다. 책 표지와 제목 한번 재미없어 보였던 터라 그때는 손도 대지 않았다. 부제목은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그리고 제목은 '향수'. 나는 어느 살인자가 감옥에 갇혀 고향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라 생각했다. 그 향수(香水)를 이 향수(鄕愁)인 줄 알았던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향수'라는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 소식을 들은 후에 읽고 싶은 마음이 커졌고, 결국은 시간의 여유를 틈 타 그 향수를 맡을 수 있었다. 소설로 본 사람도 있을테고, 영화로 본 사람도 있을테지만, 어쨌든 아직 안 본 이에게는 이 글은 약간 스포일성이 있으니 염두에 두길 바란다. 그 자신은 후각의 천.. 더보기
'외로움'이 아닌 '홀로움'으로 1 요즘 황동규 시인의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를 읽고 있다. 이 시집은 황동규 시인이 버클리에서의 교환 교수 생활동안 썼던 시들과 한국에 돌아와서 IMF 시대를 살며 썼던 시들이 담겨있다. 시인의 버클리 생활은, 혼자 그리고 또 혼자였다. 물론 만나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아파트에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았고, 시인은 시를 통해 버클리에서의 혼자 있음을 이야기한다. 내가 느꼈던 시집 전체를 꿰는 컨셉은 '외로움이 아닌 홀로움으로..'이다. 시인은 '홀로움'을 "외로움을 통한 혼자 있음의 환희"라고 말한다. 이윽고 시집의 중반 쯤에서는 '1997년 12월 24일의 홀로움'이라는 제목의 시를 쓰며, '홀로움'에 다다른 시인을 드러낸다. '외로움'과 '홀로움'. 얼핏 들으면 같은 뜻이지만,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 더보기
하이쿠에 빠지다 ('한 줄도 너무 길다' - 류시화 엮음) 돌아눕고 싶으니 자리 좀 비켜주게, 귀뚜라미여 이싸 하이쿠는 한 줄로 된 시다. 일본에서 처음 시작된 이 시가 한국에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는 아마 류시화 시인의 '한 줄도 너무 길다'는 제목의 하이쿠 시 엮음집의 발간일 것이다. 류시화는 일본에서 오래전에 쓰여진 하이쿠부터 비교적 최근의 하이쿠까지, 수천편의 하이쿠를 모아 수년에 걸친 번역 작업 끝에 이 책을 내놓았다. 나 또한 평소에 류시화가 번역한 시집을 즐겨 찾아 읽다가 이 책을 발견했고, 이후 하이쿠의 매력에 푹 빠졌다. 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모리다케 책 말미에 있는 엮은이의 말('짧은 시를 읽고 긴 글을 쓰다')의 설명을 그대로 빌려서, "하이쿠의 정의를 간단히 말하면, 그것은 5-7-5의 음절로 이루어진 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