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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사

3월에 썼던 전역인사 안녕하십니깡~ 마지막 인사드릴 인간 고정훈입니다~ ㅋㅋ 아마 이게 마지막 전체메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일 정말 집으로 전역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드디어 실감을 하나 봅니다. 사진이 기억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지나간 시간들이 사진 속 장면들처럼 떠오릅니다. 저에 대한 인상도 한 장의 사진처럼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옛날부터 궁금했던 게 있었습니다. 사진기의 렌즈는 동그란데 왜 사진은 네모날까. 우리의 눈도 우리의 시야도 둥근데 왜 사진은 네모날까. 편의를 위해서 네모로 잘라낸 사진들 속에는 둥근 렌즈를 통과했던 나머지 부분들이 생략됩니다. 어둠상자 속에서 스러진 그 빛들은 사진기만이 알고 있습니다. 한 장의 사진, 혹은 사진첩 속에 담길 저에 대한 기억도 아마 네모날 것입니.. 더보기
카투사와 미군의 (한 개별 부대에서의) 갈등 원인 아래글은 스팸뮤직을 통해 썼던 글이다. 특수한 부대상황에 대한 글이라, 카투사라도 나랑 같은 부대의 부대원들 말고는 공감도 이해도 어려울 것이다. 내가 속했던 부대를 간단히 말하자면 보급을 담당하는 후방 부대로 카투사들은 행정업무가 대부분이고, 상급부대라 미군들의 계급이 높아 사병 숫자는 미군보다 카투사가 많다. 부대이름은 '우리부대'로 고쳤고, 일부 실명 거론은 삭제했다. :::::::::::::::::::::::::::::::::::::::::::::::::::::::::::::::::::::::::::::::::::::::::::::::::::::::::::::::::::::::::::::::::::::::::::::::::::::::::::::::::::::::::::::::::::::: 제가 전.. 더보기
아주 오랜 엊그제 만들기 아래글은 스팸뮤직을 통해 썼던 글이다. 노래 신청 부분은 지우고, 실명 거론 부분도 지우고, 일부 문단의 순서를 수정했다. ::::::::::::::::::::::::::::::::::::::::::::::::::::::::::::::::::::::::::::::::::::::::::::::::::::::::::::::::::::::::::::::::::::::::::::::::::::::::::::::::::::::::::::::: 일정한 간격으로 고동을 치다가 가끔씩 빨라지기도 하면서 심장은 계속 펌프질을 합니다. 그리고 그 리듬이 끝이 나면 뇌 속의 기억들은 휘발되어버리고 '나'는 없어집니다. 마치 아주 긴 변주곡이 끝을 맺듯이 리듬이 끝남과 동시에 생도 끝이 납니다. 가슴에 잠시 손을 얹고 그 음.. 더보기
군에서의 계급연기 아래 글은 군에서의 계급에 너무 몰입해서 자신이 실제로 높은 걸로 착각하는 사람들을 겨냥해서 쓴 글이다. 그런데 너무 공격적인 글이 될까봐 염려한 나머지 글 내용은 반대가 되버렸다. 항상 이런 식이다. ::::::::::::::::::::::::::::::::::::::::::::::::::::::::::::::::::::::::::::::::::::::::::::::::::::::::::::::::::::::::::::::::::::::::::::::::::::::::::::: 각자가 신병으로 들어왔을 때 기억나십니까? 사회에서의 모습은 잊어버리고, KTA에서의 겉멋도 털어버리고, 자대에 왔을 때 기억하십니까.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꽁꽁 얼은 듯한 모습 아니었습니까. 신병 기간 동안은 누.. 더보기
땡보레스 오블리주 내 자리는 일이 많지 않다. 가끔씩 바쁠 때 빼고는 오전이나, 오후 둘 중 하나만 시간을 투자하면 다 끝이난다. 사실 두시간만에 다 끝낼 수도 있고, 일이 전혀 없는 날도 있다. 너무 일이 없는 건 좋지가 않은데, 사무실에서 딴짓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 잠기지 않는 수도꼭지처럼 시간이 그냥 배수구로 빠져나가게 된다. 또한가지 안 좋은 건 가끔씩은 바쁜데, 사람들이 그럴 때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투사로 온 것만도 평균적으로 훨씬 자유로운 환경이지만, 그 안에서도 상대적 박탈감이 있는 법. 너무 땡보 이미지로 찍히면 놀고 먹으려는 놈으로 오해받기 쉽다.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그렇다. 그래서 나름 땡보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하여 군생활동안 노력했는데, 측근들 빼고는 내가 땡보인지 잘 모른다(고.. 더보기
강제로 부여된 동기 우리부대는 타부대에 비해 아침 집합 시간이 그리 빠른 것도 아니고, PT(체력 단련, physical training)가 그리 빡센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널널하면 널널할 수록 몇개 없는 것마저 더 하기 싫어지는 법이다. 그래도 군대는 군대인지라 PT를 빠질 수는 없는데, 가끔가다 정말 하기 싫게 만드는 NCO(부사관)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자꾸 동기부여(motivation)가 필요하다고 무한반복하는 NCO. 애초에 의무적인 일에 관해서 motivated 된다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다. 동기는 행동을 유발하는 내적인 요인을 의미하는데, PT는 강제이다. 강제로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동기부여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단 한가지 동기부여라면 이 하기 싫은 운동을 군소리 없이 빨리 해내면 밥을 먹.. 더보기
카투사 행정병으로서의 철칙 일병 단지도 얼마 안 됐지만 그 동안 카투사 행정병으로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세가지 철칙을 세웠다. 그 철칙은 아래와 같다. 1. 내 일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사소한 것이라도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 2. 잘 못 알아들었을 때는 무조건 다시 물어본다. 절대 일단 알았다고 하고 추리하지 않는다. 3. 물어본 것에 대해 확실치 않을 때는 무조건 모른다고 한다. "~인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다" 등의 말은 되도록이면 하지 않는다. 내가 해야 할 일들과 예하부대에서 해야 할 일들은 칼같이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꼭 해야 할 일이 아닌 경우에는 일부러 떠맡지 않는다. 그냥 제가 해줄께요 하고, 떠맡다보면 일이 자석에 철가루가 붙듯 자꾸 달라 붙어 필요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 더보기
수풀에 숨어서 일주일 남짓 훈련을 받고 왔다. 차를 타고 가며 적을 사격하는 훈련이었다. 마지막 날 실탄을 가지고 보는 실전과 같은 테스트을 위해 일주일 내내 훈련을 하였다. 경쟁심을 유도하고 적절한 병력 분배를 위해 팀을 두개로 나눴다. (Convoy1, Convoy2) 훈련장에서 Convoy1이 훈련받으면 Convoy2는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혹은 기다리는 Convoy 중 일부 인원이 적(OpForce)의 역할을 하였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다른 Convoy를 향해 총(공포탄)을 쏘고, 부사관들은 적에 대한 팀의 대응에서 잘못된 점을 평가하고 피드백하였다. 내가 적의 역할을 하고 있을 때였다. 적의 지휘를 맡은 부사관의 지시에 따라 수풀 속에 숨었다. 나는 상대 팀을 실은 차량이 지나갈 때 갑자기 튀어 나와 공.. 더보기
영어는 덤이 아니다 처음 카투사에 지원했을 때, 영어에 대한 욕심은 크지 않았다. 그냥 군생활을 하며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두 달 정도 생활을 해본 뒤, 나는 새로이 계획을 짜야 했다. 나와 함께 일하는 군인들, 직원들 모두 친절하지만, 특히 나에게 친절히 대해주는 분이 계시다. 오늘은 내가 급히 처리해야 되는 일이 있어, 점심시간에 계속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분이 지나가면서, 왜 점심 먹으러 가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일이 있어서 못 먹고 있다고 말을 하니, 자신이 하나 사오겠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정말로 괜찮다, 나중에 이 일 끝나면 바로 먹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그러니 그 분께서 꼭 먹기로 자기와 약속하는 거라고 확답까지 받았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텐데, 그렇게 .. 더보기
그런 일화 훈련 기간 때 보초(guard)를 서고 있으며 이런 일화를 떠올렸다. - 이병이 보초를 서고 있을 때 그 부대에서 가장 높은 계급의 간부가 그에게로 다가왔다. 이병은 목소리를 다해 경례를 하고, 간부는 흡족해 한다. 그리고 간부는 이병에게 경례하는 자세를 다시 가르쳐 주겠다면서 총을 잠시만 자신에게 건네 달라고 한다. 이병은 보초를 설 때는 절대 누구에게도 총을 건네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들먹이며 용감히 그 명령을 거부한다. 간부는 그 모습에 매우 만족해하며 교육을 잘 받았다고, 그에게 포상휴가를 준다. - 이런 상상을 하고 있으면, 나도 혹시,,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카투사가 무슨 포상휴가가 필요있게냐만은, 꼭 휴가가 아니라도 다른 명예로운 상을 줄 수도 있지 않겠는가. 미군 장교가 총을 달라고 할.. 더보기
Guard Force 오늘도 구름이 태양을 가려줄까 기대해 봤지만 결국 그 많던 구름을 다 태워버리고야 만다 천사가 버리고 간 날개까지 태워버리고 시간은 어디론가 도망간 아침에 오늘도 빈 껍데기 총을 들어야 했다 잔인한 태양은 땅을 마르게 하고 내 몸은 젖게 만든다 에라 모르겠다 이것도 선(禪)이다 그냥 퍼질러 서서 생각의 물이나 길으자 .... 정오 가지 끝에 앉아 합장을 하고 명상을 하는 나비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타다 남은 구름만 바람에 날릴 뿐이다 언젠간 내가 흘린 땀이 저기 구름이 되는 날도 더보기
내가 여기 서 있는 이유 - 고민(1) 1. 각인 8월 5일 일요일, 포항에서 친구들을 만난 뒤, 부대로 일찍 들어오는 길이었다. 나는 부대 입구에서, 난생 처음으로 시위 장면을 보았다. 똑같은 옷을 입고, 밀짚모자를 하나씩 쓰고,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전경(의경)들은 부대입구를 원천 봉쇄하고 있었고, 그것을 시위대가 억지로 뚫고 들어가려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있었다. 여기저기서 고함 소리가 들리고, 욕이 들렸다. 생수통의 물을 전경들을 향해 뿌리기도 하였고, 전경 중 한명이 집단에 둘러 싸여 허둥지둥 대기도 하였다. 이 장면을 찍고 있던 두 명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은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역시나 확인할 수 없는 아저씨 한 명에게 찍지 말라고 쌍욕을 먹었다. 시위의 주제는 주한 미군 철수였다. 주먹을 불끈 쥔 채로 미국 국기를 찢.. 더보기
리더십의 새로운 정의 카투사 신병이 대구 지역에 자대 배치를 받으면 며칠 뒤에 신병 통합 교육이란 걸 받았습니다. 보통은 2박 3일 동안 하는데 제가 할 때는 현충일이 껴있어, 1박 2일로 축소하여 받았습니다. 대구 지역(Camp Walker, Camp Henry, Camp Carroll) 으로 배치 받은 신병들이 모두 모여, 강의를 듣고, 함께 운동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아직 부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마음이 불안할 때, KTA에서 같이 지냈던 동기들을 만날 수 있어 기대되는 시간이죠. 같이 모이면 너네 부대는 어떻니 우리부대는 어떻니 얘기를 나눕니다. 어쨌든 그 교육 기간 중 받은 강의 중에 또렷하게 기억하진 못하지만, 제 생각을 흔든 강의가 하나 있어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네 분 정도가 강의를 하셨는데, 그 중 한분의 강.. 더보기
이제 딱 일주일 남았다. 이제 일주일 남았다. 삼일 전부터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니 입대하기 전 열흘부터는 원래의 계획대로 일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 2월 달, 3월 달 동안 특별한 일이 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된다. 그런데 마땅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 사이에 한 것이라곤 워드프로세서 1급과 이 블로그를 만든 것밖에 없다. 사실 주위에서 노는 동안 뭐하냐, 어디 여행은 갔다 왔냐, 돈은 벌었냐 등등의 말들을 무지하게 들었다. 지금 여행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은 전국 투어를 한다더라 등등. 그런데 이런 말을 들을때마다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었다. 돈 버는 거야 꼭 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아주 약간 후회가 되긴 한다. 그런데 이 여행이라는 것은, 마치 반드시 해야하는 필수인 것처럼 여겨.. 더보기
Push up 과 Sit up 카투사에 입대하면 카투사 훈련소에서 체력테스트를 친다. 이 체력테스트는 자대에 배치받고 나서도 6개월 마다 한번씩 치며, 통과하지 못하면, 매 달 통과할 때까지 쳐야 되고, 중대에 따라서는 외박이 금지되기까지 한다. 더군다나 체력테스트에서 형편없는 점수를 받으면 고참들에게 갈굼받고, 미군들에게 무시 받는다. 체력테스트에서 통과해야 할 종목은 세가지이다. Push up, Sit up, 2 miles run 이 그것들이다. Push up 은 알다시피 팔굽혀펴기고, Sit up 은 윗몸 일으키기, 2 miles run 은 말 그대로 2마일을 달리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통상 오래달리기라고 부른다. 오래달리기는 옷을 챙겨 입고 나가야 되서 귀찮아 아직 연습을 안 하지만 Push up과 Sit up은 훈련소에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