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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한예슬 해프닝을 보며. 군대에 있을 때 고문관이 있었다. 그 고문관을 일을 못하고 어리버리한 스타일이 아니었다. 싸가지가 없고 위계질서를 어지럽히는 스타일의 고문관이었다. 미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다 온 친구라 적응을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의 더러운 연공서열문화 중의 원조이자 막장 중인 막장인 군대는 한국에서만 생활했던 이들에게도 힘들다. 하물며 미국이나 서구 생활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정말 지옥같은 곳이다. 아무튼 불합리로 가득찬 그 세계가 얼마나 불만이었겠는가. 그런데 그 당시 주변 병사들의 말을 들으면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니까 미국생활을 한 점을 감안해도, 아니 그거랑 상관없이 성격이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미국에서도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가지기는 힘들었겠다는 인상이 들 정도의 행동거지였다. 즉, .. 더보기
군복무 시절의 인터뷰 카투사 시절에 일주일에 한 번씩 전체메일을 보냈다. 이런 저런 잡다한 얘기들과 함께 노래 한 두 곡을 함께 붙였다. 노래를 추천한다는 명목으로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를 (소심하게) 전체메일로 보냈다. 노래를 한 곡 씩 붙이던 것은 감사 때 걸려서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지원대장님은 파일을 어디서 구했냐고 추궁하시고 나는 끝까지 CD에서 리핑한 거라고 항변했다. 실제 대부분의 곡이 리핑한 것이긴 했다. 어쨌든 그래서 노래는 더 이상 붙일 수 없게 됐지만, 대신 명화를 붙이고 그것에 대한 허접한 생각들을 적었다. 메일 꼬리표는 스팸뮤직에서 스팸아트로! 상병 중간 쯤 부터 거의 매주 보냈는데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소재가 곤궁해졌다. 번뜩 생각난 것이 부대원들을 한 명씩 인터뷰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것. 유명한.. 더보기
'군에서 말놓기'의 재밌는 점 제대할 때가 되면 후임들과 말을 놓는다. 선임이었던 사람들이 제대할 때도 그들과 말을 놓았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달이 지날수록 거리가 가까운 선임이 제대하게 되고, 평소 말을 많이 나누었다면 말을 놓아도 어색하지 않다. 나도 제대하기 한달 정도 남기고 후임들과 하나 둘 말을 놓았다. 제대하기 전에 말을 놓는 것은 군에서 존댓말을 쓰는 것처럼 당연하게 여겨진다. 말을 놓는 것은 선임으로서의 권위를 놓겠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말을 놓는 순간 더 이상 선임이나 후임으로써의 사회적 관계는 사라지고, 수평적인 관계로 재설정된다. 물론 그 전부터 아주 친하게 지냈다면 말을 놓으나, 안 놓으나 큰 차이는 없다. 높임말, 예사높임말, 반말이 있다면, 군대 밖 사회에서는 나이가 어린 사람이 보통 예사높임말을 쓴.. 더보기
군대, 선후임간의 권위에 대해서 스팸뮤직에 썼던 글이다. 글을 쓴 이후 추가된 생각이 있지만, 일단 수정하지 않았다. :::::::::::::::::::::::::::::::::::::::::::::::::::::::::::::::::::::::::::::::::::::::::::::::::::::::::::::::::::::::::::::::::::::::::::::::::::::::::::::::::::::::::::::::: 지지난주 15회에서 '빡세다'는 단어에 대한 글을 보내드렸습니다. '빡세다'는 단어는 두가지 의미가 혼합되어 쓰이고 있고, 그 중 '자기 미션에 대한 빈틈없음'이 강조되었으면 좋겠다는 게 요지였습니다. 그리고 '선후임에 대한 예의'의 측면에서는 최소한의 권위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그 '최.. 더보기
군에서 '빡세다'의 의미는? 스팸뮤직을 통해 쓴 글이다. 거의 수정하지 않았다. ::::::::::::::::::::::::::::::::::::::::::::::::::::::::::::::::::::::::::::::::::::::::::::::::::::::::::::::::::::::::::::::::::::::::::::::::::::::::::::::::::::::::::::::::: 이번 주 스팸메일은 평소 계속 생각해오던 군생활에 대한 '사견'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하나에 관한 것입니다. 언어는 분절이고, 범주이고, 가치체계입니다. 그 용례가 불분명하고, 이중적일 때 혼란이 생기고 오해가 생깁니다. 그런데 동시에 이중적인 용례가 실제 현실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우리부대에서 정말 자주 쓰는 단어가 '빡세다.. 더보기
아주 오랜 엊그제 만들기 아래글은 스팸뮤직을 통해 썼던 글이다. 노래 신청 부분은 지우고, 실명 거론 부분도 지우고, 일부 문단의 순서를 수정했다. ::::::::::::::::::::::::::::::::::::::::::::::::::::::::::::::::::::::::::::::::::::::::::::::::::::::::::::::::::::::::::::::::::::::::::::::::::::::::::::::::::::::::::::::: 일정한 간격으로 고동을 치다가 가끔씩 빨라지기도 하면서 심장은 계속 펌프질을 합니다. 그리고 그 리듬이 끝이 나면 뇌 속의 기억들은 휘발되어버리고 '나'는 없어집니다. 마치 아주 긴 변주곡이 끝을 맺듯이 리듬이 끝남과 동시에 생도 끝이 납니다. 가슴에 잠시 손을 얹고 그 음.. 더보기
군에서의 계급연기 아래 글은 군에서의 계급에 너무 몰입해서 자신이 실제로 높은 걸로 착각하는 사람들을 겨냥해서 쓴 글이다. 그런데 너무 공격적인 글이 될까봐 염려한 나머지 글 내용은 반대가 되버렸다. 항상 이런 식이다. ::::::::::::::::::::::::::::::::::::::::::::::::::::::::::::::::::::::::::::::::::::::::::::::::::::::::::::::::::::::::::::::::::::::::::::::::::::::::::::: 각자가 신병으로 들어왔을 때 기억나십니까? 사회에서의 모습은 잊어버리고, KTA에서의 겉멋도 털어버리고, 자대에 왔을 때 기억하십니까.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꽁꽁 얼은 듯한 모습 아니었습니까. 신병 기간 동안은 누.. 더보기
땡보레스 오블리주 내 자리는 일이 많지 않다. 가끔씩 바쁠 때 빼고는 오전이나, 오후 둘 중 하나만 시간을 투자하면 다 끝이난다. 사실 두시간만에 다 끝낼 수도 있고, 일이 전혀 없는 날도 있다. 너무 일이 없는 건 좋지가 않은데, 사무실에서 딴짓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 잠기지 않는 수도꼭지처럼 시간이 그냥 배수구로 빠져나가게 된다. 또한가지 안 좋은 건 가끔씩은 바쁜데, 사람들이 그럴 때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투사로 온 것만도 평균적으로 훨씬 자유로운 환경이지만, 그 안에서도 상대적 박탈감이 있는 법. 너무 땡보 이미지로 찍히면 놀고 먹으려는 놈으로 오해받기 쉽다.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그렇다. 그래서 나름 땡보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하여 군생활동안 노력했는데, 측근들 빼고는 내가 땡보인지 잘 모른다(고.. 더보기
경제적 독립의 압박 지금은 휴가기간이다. 휴가를 나가기 며칠 전부터 휴가 때 뭐할지를 생각해봤는데, 항상 외박을 나가기 때문에 외박 때는 할 수 없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고, 편히 쉬면서 미뤄왔던 일들을 하나씩 끌어안으려고 했다. 친구들과 만나면서 술 먹는데 돈을 쓰고 싶진 않았고, (이건 외박 때도 할 수 있으니까) 혼자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서 깨작깨작 견적도 내보고 그랬다. 그러던 찰나에 친구가 지난달에 못 간 제주도를 이번 달에 가자고 그랬고, 옳다거니, 다른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제주도를 가려고 했다. 그런데 제주도에 가기로 했던 계획이 배편으로 말미암아 물거품이 되면서 계획의 전면 수정이 필요했다. 우선 휴가의 주제를 설정했고, 세부적인 계획을 문서로까지 만들어 인쇄까지 했다. -_- 지금까지는 계획대로 착착.. 더보기
카투사 행정병으로서의 철칙 일병 단지도 얼마 안 됐지만 그 동안 카투사 행정병으로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세가지 철칙을 세웠다. 그 철칙은 아래와 같다. 1. 내 일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사소한 것이라도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 2. 잘 못 알아들었을 때는 무조건 다시 물어본다. 절대 일단 알았다고 하고 추리하지 않는다. 3. 물어본 것에 대해 확실치 않을 때는 무조건 모른다고 한다. "~인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다" 등의 말은 되도록이면 하지 않는다. 내가 해야 할 일들과 예하부대에서 해야 할 일들은 칼같이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꼭 해야 할 일이 아닌 경우에는 일부러 떠맡지 않는다. 그냥 제가 해줄께요 하고, 떠맡다보면 일이 자석에 철가루가 붙듯 자꾸 달라 붙어 필요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 더보기
관찰을 위해 제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께 저를 관찰하기 위해 제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요근래, 제 블로그가 몇몇 분들에게 저의 심리상태를 관찰하는 목적으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마음이 아픈지 어떤지, 자살징후가 보이는지 아닌지 등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걱정해주시는 마음 감사하게 생각하여 조금이나마 염려를 덜어드리려고 이 글을 씁니다. 저는 절대 자살하거나 탈영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말 믿으셔도 됩니다. 저는 그런 성격이 아닙니다. 성격이 강인해서 그런 건 아닙니다. 제가 세상을 이해하는 틀에 맞추어 결론을 내리다 보면 절대로 자살 할 수가 없습니다. 탈영 또한 꿈도 꾸지 않습니다. 저는 밖이 더 무섭습니다.(학교보다 숙제없는 여기가 더 낫습니다.) 나가서 갈 때야 집밖에 없는데 집은 아시다시피 자주 가지 않습.. 더보기
2007년 11월 8일 내일은 미군 휴일이라 오늘 저녁 집으로 나섰다. 동대구역에서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시사 in' 주간지를 사들었다. 앞으로 외박 나갈 때마다 '시사 in' 주간지를 사주기로 마음 먹었다. 우석훈씨 블로그에서 '시사 in', '시사 in' 하길래 지난 주에 한 부를 샀는데 그게 대박이었다. 다른 메이저 언론들이 한통속으로 놀아나고 있을 때 '시사 in'은 용기있게 김용철 변호사의 고백을 그대로 커버스토리로 실었다. 처음 사자마자 독립언론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시사 in'과 '한겨례'가 없었다면, 나야 그냥 모르고 살았겠지만, 김용철씨는 기분이 어땠을지 절망적이다. 군인의 하루 일당을 다 내는 것이지만, 그 정도는 감수하고 외박 나갈 때만이라도 팔아주기로 했다. 내가 진실을 들을 수 있는 자유를 구입하.. 더보기
육군 훈련소에서의 잡상들 1. 군대는 평등한게 아니라, 불평등해도 불만할 수 없는 강요된 평등이 있을 뿐이다. 2. 군복을 자세히 보면 조금씩 무늬의 위치가 다르다. 단 패턴은 같다. 아주 큰 천에서 잘라서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는 그 정도의 개성만 허용 되는 곳이다. 3. 결국엔 나를 찾아간다. 나의 행동패턴 내지 성격을 바꾸지 않는 한 특정한 인간관계 상태로 수렴한다. 나를 변화시킨다면? 그러나 그땐 부자연스럽다. 4. 내가 하는 것은 생각지 못하고, 내가 처한 상황과 환경을 탓한다. 타인에게는 내가 곧 주어진 환경일텐데 말이다. 5. 군대가 견디기 힘든 것은 다른 사람의 뇌를 위해 내 자신의 뇌를 포기하고 그 사람의 팔다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 6. 총성을 들으며 피어난 꽃들.. 7. 한달만 하고 나갈 곳이기에 더욱..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