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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생을 일희일비 일희일비 조울증은 좋지 않지만 조울증 같은 생활은 나쁘지 않다. 기분 좋을 땐 어깨를 들썩이며 흥얼거리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땐 고개를 푹 숙이고 끝없이 우울을 되새김질 한다. 할 게 많으면 어차피 해야 될 거 어깨 힘 풀고 한다. 하다 안 되면 짜증난다. 짜증낸다. 그리고 다시 흥얼거린다. 딱히 긍정적으로 사고할 필요도 없다.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 아낌없이 즐거워 하련다. 언제 다시 우울로 날 몰아갈지 모르니. 더보기
쳇바퀴가 아니다 나는 쳇바퀴를 도는 줄 알았는데 그 쳇바퀴는 심에서 빠져나와 어딘가로 굴러가고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신나게 발을 굴렸고 방향도 거리도 모르는 어딘가에 섰다. 변화를 두려워했기에 차라리 쳇바퀴 속이길 바랐다. 우리는 일상의 반복 속에 쳇바퀴를 돈다 착각하지만 그 시간의 바퀴는 어딘가로 계속 우리를 데려간다. 더보기
근시 1. 성인이 되기 전에는 나빠지지 않던 시력이 그 이후로 계속 나빠졌다. 조금씩 떨어지고는 있었지만 최근 1년 사이에 급격히 나빠진 듯하다. 작년 7월에 맞췄던 안경을 올해 3월에 다시 맞췄어야 했는데, 안경점 직원이 시력을 검사해보더니 깜짝 놀라며 굉장히 오래전에 바꾸고 안 바꾼거 아니냐고 물어봤다. 굳이 대꾸 안 하고 그냥 그렇다고 말하고 넘어갔다. 그 전에는 안경을 끼지 않아도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어서 수업을 듣거나 영화를 볼 때를 제외하고는 안경을 끼지 않았다. 그런데 3월에 복학하니 칠판 글씨가 안 보이더라. 그 사이에 그렇게 급격하게 나빠질 이유는 컴퓨터를 오래 붙잡고 있어야 할 일이 많아서인 듯하다. 개 중에는 피파온라인 게임도 있다. 사양이 떨어지는 집컴이라 화면이 끊겨 10분만 보고.. 더보기
1년은 열두 트랙의 음악일 뿐 새해의 첫날, 좋을 것도 없고 나쁠 것도 없다 그냥 인간일 뿐 시키 삶의 목적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하물며 새해의 목표란 미루고 미루다 결국 다 마시지 못하고 썩어 버리는 유통기한 1년 짜리 우유일 뿐. 12번째 트랙, 마지막 곡이 페이드 아웃을 하고, 다시 1번 트랙으로 반복재생된다. 음악을 듣는데 목표은 없다. 그저 음악으로 채워진 공간을 들이쉬고 싶을 뿐. 그렇게 또 1년을 보내고 싶다. 더보기
시침이 없는 시계 (2003년 1월 작성) "지금 몇신데?" "35분" "몇 시?" "몇신지는 몰라, 그냥 35분이야." "몇신지도 볼줄 모르나?" "내 시계엔 시침이 없어." "시침도 없는걸 왜 들고 다니는데." "시계는 시각을 보려고 들고 다니는 거야." "그러니까. 왜들고 다니냐고." "분은 볼수 있잖아." "분만 봐서 뭐하게,, 몇신지를 알아야지." "내가 살던 곳의 시계는 시침이 필요없어. 하루가 60분이거든. 한달은 24일. 1년은 30달로 되어 있어. 12년이 지나면 한세기가 시작됐다고 축제를 열지. 지구라는 곳은 너무 적응하기 힘들어. 내가 아직 적응을 못한 건지는 몰라도 지구에서의 한시간 한시간은 하루처럼 길고 지겨운데, 하루가 지나고 나면 한시간밖에 가지 않은 것 같아. 초등학교 방학생활 책대로 알차고 보람있는 하루를 살고 싶은.. 더보기
낮잠의 미스테리 1. 우리는 일정한 수면시간을 유지한다. (가설) 2. 그 전날 잠을 충분히 못 자면 낮잠이 온다. (경험) 3. 낮잠을 많이 자면 그 날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경험) 4. 그 전날 잠을 늦게 자면 다음 날 늦게 일어난다. (경험) 1~4을 개개로 봤을 때 모두 이해 가능하며, 연결해도 문제는 없어 보인다. 3번이 직관적으로는 설명이 안 되지만, 경험적으로 그랬다. 이것으로 특별한 강제가 없을 때 수면 사이클이 늦어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고 치자. 이제 2번을 바꿔본다. 2. 그 전날 잠을 충분히 잤음에도 낮잠이 올 때가 있다. (경험) 이럴 때 경험상 3번 4번은 변하지 않는다. 3. 낮잠을 많이 자면 그 날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경험) 4. 그 전날 잠을 늦게 자면 다음 날 늦게 일어난.. 더보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떄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라는 문장을 적으며 노이즈를 준다. 노이즈는 그냥 흡수 되어 버린다. 물 흐르는 소리 대신 음악을 듣는다. 내가 좋아하는 멜로디 라인. 고막에 촉촉히 흡수 되는 음악을 듣고 있는 채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이제는. 오랫 동안 연락을 하지 않던 사람에게서 문자가 온다. 전화번호가 바뀌었으니 새로 저장해달라는 문자다. 새로 저장하고 기존의 번호를 지운다. 희박하지만 연락할 가능성은 있기에. 서랍 속에 쌓아 두는 잡동사니처럼. 이적은 '낡은 서랍 속 바다'의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됐었다. 서랍을 머리 속으로 열 때마다 바다 냄새가 난다. 우울의 냄새. '도' 아니면 '개'. '도 아니면 개'. 더보기
거울, 그림자, 에테르 거울처럼 등장하는 소소한 희망과 그림자처럼 발견되는 일상적 절망 그 사이를 가득 채운 에테르, 공허 더보기
볼카운트를 이용한 일과계획 하루를 잠 자는 시간 빼고 여섯 구간으로 나눈다. 밥먹는 시간을 포함해도 좋고 빼도 좋다. 그리고 하루에 반드시 해야 할 것 세가지를 정한다. 자신이 정한 과제다. 자 이제 투구를 시작한다. 여섯 구간으로 나눈 시간 중 자신이 정한 과제 하나를 달성하면 스트라이크다. 과제를 하지 않고 그냥 시간을 흘러보내면 볼이다. 세 과제를 다 하면 삼진을 잡은 것이고, 다 못하고 하루가 지나가면 볼넷으로 진루시킨 것이다. 초구를 스트라이크 잡고 들어가면 (아침에 일어나서 과제를 하나 하고 시작하면) 투구운영이 편해진다. 투 스트라이크를 잡고 난 뒤 계속 공략해서 삼진을 잡으려고 해도 좋지만, 볼 하나 정도 빼주는 것도 좋다. (쉬어주는 게 좋다) 일주일 단위로 연장할 수도 있다. 일요일은 쉰다고 치면, 일주일 중 네.. 더보기
내 머리 속 멀티 탭 내 책상에서는 음악을 듣는 것 이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책장은 우퍼와 스피커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멀티탭에 꽂혀 있는 수많은 코드들은 종이 쪼가리들과 함께 책상위를 어지럽히고 있다. 정신없이 꼬여있는 코드들은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음악을 시간을 전자를 토해낸다. 음악에 사람에 그리고 그리움에, 멀티탭에 꽂힌 플러그들처럼 그렇게 여기저기 내 정수를 꽂아 하루를 버틴다. 그래서 내 머리속은 책상 위 코드들처럼 뒤엉켜 그 속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멀티탭에서 전기가 나오듯 그렇게 누군가에, 무언가에 기대 하루하루 다시 태엽을 감는다. '태엽장치 돌고래'처럼. 더보기
오늘의 내가 전부라면.. 예전에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기억은 사실 하루밤 사이에 외계인이 와서 주입시켜 놓은 게 아닐까라는. 설사 엄마 뱃속에서의 나이를 합해 스물 셋을 살았다는 기억이 감쪽같은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할지라도 그걸 알아 낼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가족들, 주위 친구들을 통해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트루먼쇼처럼 이 모든 것이 다 나를 위해 꾸며진 공간이고 등장하는 사람도 모두 나를 위해 연기하는 것이고, 뇌는 사실 어딘가에 둥둥 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극단적인 관념론 내지, 환상론까지 가고 싶진 않다. 다만 나는 기억이 하룻밤 사이에 주입되었다 하더라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라는 가정일 뿐.) 오늘은 저녁이 될 때까지 집에 혼자 있었다. 11시쯤에 .. 더보기
무제 시계는 매일 제자리로 돌아온다. 어제와 다를 게 없는 시간 속에서 어제와 같은 노래를 듣고 있는 나처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