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팸뮤직

군복무 시절의 인터뷰 카투사 시절에 일주일에 한 번씩 전체메일을 보냈다. 이런 저런 잡다한 얘기들과 함께 노래 한 두 곡을 함께 붙였다. 노래를 추천한다는 명목으로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를 (소심하게) 전체메일로 보냈다. 노래를 한 곡 씩 붙이던 것은 감사 때 걸려서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지원대장님은 파일을 어디서 구했냐고 추궁하시고 나는 끝까지 CD에서 리핑한 거라고 항변했다. 실제 대부분의 곡이 리핑한 것이긴 했다. 어쨌든 그래서 노래는 더 이상 붙일 수 없게 됐지만, 대신 명화를 붙이고 그것에 대한 허접한 생각들을 적었다. 메일 꼬리표는 스팸뮤직에서 스팸아트로! 상병 중간 쯤 부터 거의 매주 보냈는데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소재가 곤궁해졌다. 번뜩 생각난 것이 부대원들을 한 명씩 인터뷰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것. 유명한.. 더보기
그림을 글이다 4 - 무질서와 질서의 경계, 달리의 작품에 대한 피상적 이야기 가을의 카니발리즘, 1936~1937 오늘 소개해드릴 그림은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입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화가인데, 당췌 이 사람의 그림은 이해할 수 없는데도 요상하게 끌립니다. 초현실주의, 정신분석학 어쩌고 해석하려면 너무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런 해석을 읽지 않아도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에서 느껴오는 것은 꿈의 이미지입니다. 논리적이고, 질서있게 해석하려고 하는 '지각의 본능'을 깨는 그림들입니다. 꿈에서는 여러 이미지들이 무질서하게 펼쳐집니다. 이야기의 앞 뒤 순서도 맞지 않고, 갑자기 등장인물이 바뀌기도 하고(놀라운 건 꿈꿀때는 이상한 지 모릅니다), 괴이한 형태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의식이란 건 쉴새없이 들어오는 이미지들을 끊임없이 걸러내는 작업입니다. 감각기관으로 들어오는 이미지, 기억에.. 더보기
그림을 글이다 3 - '양'과 '질'의 변환, 공감각, 그리고 '상'들의 세계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두꺼운 파카를 입고, 목도리를 두르고, 비니로 귀를 가리고, 눈과 코만 공기밖으로 내민채 그렇게 물 속에 사는 파충류처럼 거리를 마주합니다. 저는 짜리몽땅한 키 때문에 코트 따위는 엄두도 못 내고 파카를 즐겨 입습니다. 훈련소에서는 깔깔이를 즐겨입었습니다. 4월에 입대했지만, 꽤나 쌀쌀했던데다, 원래 추위를 잘 못 참아 거의 항상 입고 있었습니다. 깔깔이를 입으면서 이건 왜 이렇게 따뜻할까 궁금했습니다. 누빈 표면이 보온성을 높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깔깔이든 파카든 스스로 열을 내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따뜻한 옷도 (열판이 달려있지 않는한) 열을 직접 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 몸에서 나오는 열을 '보온'할 뿐입니다. 깔깔이를 입으면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 내는 열만으로도.. 더보기
군대, 선후임간의 권위에 대해서 스팸뮤직에 썼던 글이다. 글을 쓴 이후 추가된 생각이 있지만, 일단 수정하지 않았다. :::::::::::::::::::::::::::::::::::::::::::::::::::::::::::::::::::::::::::::::::::::::::::::::::::::::::::::::::::::::::::::::::::::::::::::::::::::::::::::::::::::::::::::::: 지지난주 15회에서 '빡세다'는 단어에 대한 글을 보내드렸습니다. '빡세다'는 단어는 두가지 의미가 혼합되어 쓰이고 있고, 그 중 '자기 미션에 대한 빈틈없음'이 강조되었으면 좋겠다는 게 요지였습니다. 그리고 '선후임에 대한 예의'의 측면에서는 최소한의 권위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그 '최.. 더보기
군에서 '빡세다'의 의미는? 스팸뮤직을 통해 쓴 글이다. 거의 수정하지 않았다. ::::::::::::::::::::::::::::::::::::::::::::::::::::::::::::::::::::::::::::::::::::::::::::::::::::::::::::::::::::::::::::::::::::::::::::::::::::::::::::::::::::::::::::::::: 이번 주 스팸메일은 평소 계속 생각해오던 군생활에 대한 '사견'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하나에 관한 것입니다. 언어는 분절이고, 범주이고, 가치체계입니다. 그 용례가 불분명하고, 이중적일 때 혼란이 생기고 오해가 생깁니다. 그런데 동시에 이중적인 용례가 실제 현실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우리부대에서 정말 자주 쓰는 단어가 '빡세다.. 더보기
카투사와 미군의 (한 개별 부대에서의) 갈등 원인 아래글은 스팸뮤직을 통해 썼던 글이다. 특수한 부대상황에 대한 글이라, 카투사라도 나랑 같은 부대의 부대원들 말고는 공감도 이해도 어려울 것이다. 내가 속했던 부대를 간단히 말하자면 보급을 담당하는 후방 부대로 카투사들은 행정업무가 대부분이고, 상급부대라 미군들의 계급이 높아 사병 숫자는 미군보다 카투사가 많다. 부대이름은 '우리부대'로 고쳤고, 일부 실명 거론은 삭제했다. :::::::::::::::::::::::::::::::::::::::::::::::::::::::::::::::::::::::::::::::::::::::::::::::::::::::::::::::::::::::::::::::::::::::::::::::::::::::::::::::::::::::::::::::::::::: 제가 전.. 더보기
아주 오랜 엊그제 만들기 아래글은 스팸뮤직을 통해 썼던 글이다. 노래 신청 부분은 지우고, 실명 거론 부분도 지우고, 일부 문단의 순서를 수정했다. ::::::::::::::::::::::::::::::::::::::::::::::::::::::::::::::::::::::::::::::::::::::::::::::::::::::::::::::::::::::::::::::::::::::::::::::::::::::::::::::::::::::::::::::: 일정한 간격으로 고동을 치다가 가끔씩 빨라지기도 하면서 심장은 계속 펌프질을 합니다. 그리고 그 리듬이 끝이 나면 뇌 속의 기억들은 휘발되어버리고 '나'는 없어집니다. 마치 아주 긴 변주곡이 끝을 맺듯이 리듬이 끝남과 동시에 생도 끝이 납니다. 가슴에 잠시 손을 얹고 그 음.. 더보기
군에서의 계급연기 아래 글은 군에서의 계급에 너무 몰입해서 자신이 실제로 높은 걸로 착각하는 사람들을 겨냥해서 쓴 글이다. 그런데 너무 공격적인 글이 될까봐 염려한 나머지 글 내용은 반대가 되버렸다. 항상 이런 식이다. ::::::::::::::::::::::::::::::::::::::::::::::::::::::::::::::::::::::::::::::::::::::::::::::::::::::::::::::::::::::::::::::::::::::::::::::::::::::::::::: 각자가 신병으로 들어왔을 때 기억나십니까? 사회에서의 모습은 잊어버리고, KTA에서의 겉멋도 털어버리고, 자대에 왔을 때 기억하십니까.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꽁꽁 얼은 듯한 모습 아니었습니까. 신병 기간 동안은 누.. 더보기
땡보레스 오블리주 내 자리는 일이 많지 않다. 가끔씩 바쁠 때 빼고는 오전이나, 오후 둘 중 하나만 시간을 투자하면 다 끝이난다. 사실 두시간만에 다 끝낼 수도 있고, 일이 전혀 없는 날도 있다. 너무 일이 없는 건 좋지가 않은데, 사무실에서 딴짓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 잠기지 않는 수도꼭지처럼 시간이 그냥 배수구로 빠져나가게 된다. 또한가지 안 좋은 건 가끔씩은 바쁜데, 사람들이 그럴 때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투사로 온 것만도 평균적으로 훨씬 자유로운 환경이지만, 그 안에서도 상대적 박탈감이 있는 법. 너무 땡보 이미지로 찍히면 놀고 먹으려는 놈으로 오해받기 쉽다.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그렇다. 그래서 나름 땡보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하여 군생활동안 노력했는데, 측근들 빼고는 내가 땡보인지 잘 모른다(고.. 더보기
그림을 글이다 2 - 에셔의 작품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1권의 부제는 '에셔와 함께 탐험하는 아름다움의 세계'입니다. 에셔의 작품이 챕터 중간마다 들어가 각 챕터의 연결 고리와 프롤로그 역할을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에셔의 그림들에 뿅 가고 말았습니다. 완전 제 스타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에셔의 작품은 메시지가 명확합니다. (물론 그 메시지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긴 합니다만) 그래서 느낌을 억지로 언어로 번역하지 않아도 이야기거리가 있습니다. 첫번째 그림의 제목은 '도마뱀'입니다. 도마뱀은 평면 그림에서 나와 주변 사물을 걸어 다닌 뒤 다시 그림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림 속 도마뱀 그림은 정육각형을 균등분할하여 그린 것입니다. 그래서 자세히 보시면 빈틈없이 도마뱀들이 가득차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평면의 균등분.. 더보기
그림을 글이다 1 -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 반 고흐의 방' 시각을 담당하는 뉴런의 수는 청각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다른 감각과의 연결도 청각에 비해 많다. 그래서 음악의 감상보다 미술의 감상이 더 많은 신경을 요하고, 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며, 더 다채로운 연상을 떠올린다. 음악은 청각적 인상의 느낌만을 말해도 의무를 다한 것 같지만, 미술은 배경지식과 학문적인 얘기를 덧붙이지 않으면 부족하다. '저 곡은 참 따뜻하다', '기타 솔로 부분이 인상적이다'는 감상은 넘어가도, '저 (미술)작품은 색채가 따뜻하다', '선이 굵다'는 감상은 많이 허전하다. 미술작품에 대한 감상평이 공감을 일으키려면 부가적인 설명, 배경 설명, 작가에 대한 설명이 덧붙여지지 않으면 안 된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한번에 흡수할 수 있는 시감각은 그 정보들의 해석을 위한 설명.. 더보기
이별에 관해서 이 글은 스팸뮤직으로 부대원들에게 뿌렸던 글이다. 관등성명과 부대원의 이름이 나오는 부분은 삭제, 수정했다. :::::::::::::::::::::::::::::::::::::::::::::::::::::::::::::::::::::::::::::::::::::::::::::::::::::::::::::::::::::::::::::::::::::::::::::: 오늘은 이별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군대에 와서 애인과 이별을 경험한 사람이 제가 아는 사람만 열손가락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제 나름으로는 그 분들을 위해서 준비했습니다. 지금 알콩달콩 잘 지내는 분도 있고, 설레는 맘에 시달리는 분도 있을텐데, 그 분들은 안 읽으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금요일에 우울함을 느끼고 싶지 .. 더보기
굳어버린 단어 녹여 만져보기 아래글은 스팸뮤직으로 돌렸던 글이다. 관등성명과 음악에 관한 부분은 빼고 보낸다. ::::::::::::::::::::::::::::::::::::::::::::::::::::::::::::::::::::::::::::::::::::::::::::::::::::::::::::::::::::::::::::::::::::::::::::: 전어회처럼 감칠맛 나는 가을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제나 이 정도만 같으면 좋을텐데 가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어수선한 부대 분위기는 잠시 잊으시고, 아주 짧은 생을 사는 가을의 한여름에 스팸뮤직 시작하겠습니다. '친구'라는 영화에서 이런 나레이션이 나옵니다. 기억이 안 나니 대충 뜻만 통하게 쓰겠습니다. "니, 친구가 무슨 뜻인지 아나. 나는.. 더보기
자신의 일생을 두시간짜리 영화로 만든다면? 아래글은 '스팸뮤직'으로 보냈던 글을 수정한 것이다. 음악에 관한 부분과 부대 사람들에 관한 부분은 편집하였다. =========================================================================================== 제 1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르네'라는 작품을 봤습니다. 한 사람의 37년 인생 중 20년을 직접 촬영하여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르네는 교도소를 밥먹듯이 드나드는 사람인데, 그럼에도 똑똑함과 영민함으로 책까지 냅니다. 르네의 독특함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20년 동안 한 사람을 영화를 위해 촬영했다는 것, 그 자체가 대단하고 의미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한 사람의 인생을 영화로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 같습니.. 더보기
우리는 이미 안개 속을 걸어왔는지도 모른다 아래 글은 스팸뮤직에 썼던 글을 수정한 것이다. 존대어을 평어로 바꾸고, 이해하지 못할 부대 얘기는 지우고, 음악에 관한 설명도 지웠다. ::::::::::::::::::::::::::::::::::::::::::::::::::::::::::::::::::::::::::::::::::::::::::::::::::::::::::::::::: 버스를 빌려서 의정부로 출장을 가는 길이었다. 운전기사님과 단 둘이 담소를 나누며 가다가 입이 지친 상태로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눈 앞의 추월선이 지퍼가 벌어지듯 하나씩 지나갔다. 그날따라 유난히 안개가 많이 꼈다. 처음엔 공단에서 나오는 매연이 앞을 가리는 줄 알았지만 시야 앞 전체를 다 덮고 있던 것은 안개였다. 멀어야 200m 정도의 시야만 보이고, 그 앞은 희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