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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지금보다 두배 컸을 때

워드 검정 시험을 치려면 상공회의소를 가야 된다.
상공회의소를 타려면 5번 버스를 타야 된다.
5번 버스는 이전에 살던 곳 망미동을 지나 상공회의소에 도착한다.

지금은 조각나버린 13살까지의 기억들을 이루는 망미동이다.
간간히 꿈속에 등장하여, 몽환적인 느낌으로 기억되는 그곳이다.

시험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그곳에 들렸다.

꿈속에 나왔던 몽환적인 거리를 직접 하나하나 확인해보고 싶었다.
처음 나를 당황하게 했던건, 눈 앞에 보였던 골목길들이
내 기억속의 그 길보다, 훨씬 좁았다는 것이다.

내가 그 때보다 두배 커진 만큼 세상은 반으로 줄어 있었다.
살던 집에서부터 무한히 넓은 운동장으로 기억되던 초등학교까지,
그리고 어렸을 적부터 궁금했고, 꿈속에선 미지로 숨겨진 높은 언덕까지
둘러보았다.

아주 오래된 기억은 꿈과 구별이 가지 않는다.
그 날, 꿈을 확인하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