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0일 8시 57분. (2003년 10월 작성) 10분전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책을 덮고 두 손을 모은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아무도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자습시간이 다 끝나간다 마치 명상에 잠기듯 눈을 감는다 (후~ (스극 (킁 (스극.. (드르륵.. (드륵 (킁 (끽~ 열 댓 명의 뇌를 느껴보려 애쓴다. 방금 책장을 넘기는 뇌가 되었다가, 코를 훌쩍이는 뇌가 되었다가, 위층에서 집에 가려고 의자를 드르륵 빼는 2학년의 뇌가 되본다. 눈을 감고 고요히 소리만 듣으니, 그 모든 뇌들의 활발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모두가 자신의 시선과 자신의 촉감으로 자신의 위치를 느끼고 있다. 대등하지만 모두 다르게. 더보기
형이상학적 산소요구량. (2003년 11월 작성) 우리의 뇌 하나하나가 하나의 우주일 꺼라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어떤 이의 뇌속에서 탄생한 상상력의 산물일지도 모른다고.. 덧. 이런 상상이 현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안다. 그리고 알고보면 그말이 그말이다. 제발 이런 생각 그만하고, 현실에 뛰어들어라고 하지만 어쩔수 없는가 보다. 내 머리 속엔 헛된 상상을 먹는 호기성 세균들이 득실거리는 것 같다. 뇌에 공급한 산소를 이들이 다 먹고 있으니.. 더보기
유전자와 표현형 간의 거리에 따른 적응성의 차이와 이에 따른 결과 개체 자신은 영생할 수 없고, 개체의 세포 속에 있는 DNA 중 일부만 후세에 전달된다. 이 DNA 속 정보를 토대로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이 단백질을 바탕으로 몸과 몸을 조정하는 신경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뇌를 구성하는 신경은 몸을 조정할 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을 인지하는 정신 세계를 구현하고, 사고능력까지 갖춘다. 이러한 일련의 성장 과정은 생존에 유리한 정보의 축적을 통해 가능해졌다. 축적된 정보의 '발현'은 생성된 단백질을 통해 직접 되기도 하며, 긴 연쇄작용을 거쳐 생성된 신경계를 통해 간접적으로 되기도 한다. 유전자 '정보'와 '발현' 사이의 단계가 많을 수록 환경의 영향이 커지리라 짐작한다. 유전자 정보는 '표현형'이라는 '발현'을 통해 생존(더 정확히는 유전자 복제)의 유리함을 얻었고, .. 더보기
인물의 꿈 속 재현 꿈의 현실성에 놀랄 때가 있다. 한 2주일 전쯤에 비인가 물품을 쓰다가 간부에게 혼이 나는 꿈을 꿨다. 간부는 나를 추궁하고, 나는 변명을 했다. 꿈은 그 간부의 특성을 완벽히 묘사했다. 대사, 말투, 대화의 전개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단순히 평소에 자주하던 말들을 반복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적절한 문장을 그 사람의 특성 위에 만들어냈다. 깨어있을 때 나보고 그런 대사를 짜보라고 해도 그 정도로 완벽하게 만들어낼 수 없다. 의식이 미약하게 작용할 때, 파묻혀 있던 기억은 대상을 완벽하게 재현해 내는 것일까. 뇌의 능력을 과평가 하는 건 아니지만, 잠자는 상태가 의식이 깨어있는 상태보다 더 높은 능력을 보일 때,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나도 몰랐던 능력에 놀라기도 한다. 더보기
시각에 의한 어지러움 며칠 전에 놀이공원을 갔다. 밑에 올라와 있는 글처럼 나는 탈 수 있는 놀이기구가 매우 한정되어 있어 놀이공원을 웬만해선 안 간다. 어찌하다 보니 가게 됐는데,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자유이용권을 끊었다. 역시나 내가 탈 수 있는 건 많아야 다섯 개 정도였고,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 같다. 귀신의 집, 타가다(탬버린), 범퍼카, 후룸 라이드(flume ride), 타워, 케이블카를 이용했다. 그 중 난생처음 해 본 것은 타가다(탬버린)이었다. 탬버린처럼 생긴 탈것에 올라타 빙글빙글 돌며 통통 튕겨주는 놀이기구를 말한다. '타가디스코'라고도 한다. 그 기구는 내가 꽉 잡으면 되기에 안전장치를 믿어야 하는 것보다 나에겐 오히려 낫다. 오래전부터 그건 타보고 싶어서 용기를 내 타기로 했다. 나는 무서운 .. 더보기
(나의) 사칙연산 능력의 습득 과정 내가 어떻게 사칙 연산을 하는 방법을 터득했는지를 생각해보았다. 맞는지 만들어진 건지도 모르는 기억을 꺼내서 쓴 것이기 때문에 틀릴 수도 있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나중에 다른 글을 뒷받침해주기 위한 전초작업이다. 밑의 모든 문장은 사실 불확실한 기억과 지금의 생각을 통해 썼기 때문에 '~것 같다'로 써야 하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글이 너무 지저분해지는 것이 싫기도 하지만, 아마 맞겠지 하는 안 좋은 사고 습관 때문이기도 하다. - 간단한 덧셈 계산은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나, 둘 등의 수의 개념을 미리 타고 난다고 가정한다면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두개가 된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손가락으로 세어보는 것이다. 수의 개념이 있다면(즉, 어떤 것이 둘을 뜻하고, 어떤 것이 .. 더보기
당신은 당신의 '자유의지'를 확신할 수 있습니까? ① 의식의 근원을 밝히기 위한 노력은 희랍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여전히 정확한 실체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중론에 따르면 의식을 뉴런들이 일시적으로 집합체를 만들며 반응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렇게 정의할 수 있는 근거는 의식이 조금 더 뚜렷하다고 할 수 있는 상태, 즉 평상시 상태나 의식적인 일을 하는 상태에서는 이 집합체의 크기가 커지며, 의식이 떨어진 상태, 꿈을 꾸거나, 환각상태일 때는 이 집합체의 크기가 작게 나타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반응을 보내는 부분 영역의 크기가 아니라, 그것들이 얼마나 집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느냐이다. 즉, 설사 전체 양을 합하면 더 넓은 부분에서 신호가 나오더라도, 그것들이 고립된 섬처럼 떨어져 있으면, 의식의 정도가 약하게 된다. 의식은 있.. 더보기
꿈속에서의 시간의 속도 나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꿈이 지속되는 시간은 30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꿈을 꾸다가 깼을 때는 몇시간은 꾼 것 같다. 우리가 꿈을 꾸는 시간은 REM 수면이라고 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뇌로의 모든 신경전달이 차단되고, 몸은 움직일 수 없으며, 눈만 아주 빠르게 좌우로 움직인다. 뇌 촬영법과 뇌전도 기록이 말해 주는 바에 따르면 REM 수면 상태와 각성 상태는 구분하기 힘들다고 한다. 강하진 않지만 의식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눈이 빠르게 움직이는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그런데 만약 눈이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가 꿈속에서 이것저것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라면, 혹시 꿈속에서 느끼는 시간은 현실과 다른 것은 아닐까. 실제 꿈을 꿀 때 눈알을 좌우로 그렇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