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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람

여기 이 공간 페이스북 같은 경우는 온전히 지인들을 위한 공간이고, 그래서 솔직히 솔직하지 못한 말들을 많이 적는다. 힘들어도 너무 징징대면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하기에 감추고 별 거 아닌 일도 재밌는 양 꾸며대고 난 오프라인에서 볼 수 없는 이런 면도 있다고 과시한다. 그런데 사실 어떤 게 진짜 모습이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우리는 사람들이랑 같이 있을 때가 진짜 모습일까. 아니면 혼자 있을 때가 진짜 모습일까. 알 수 있나? 혼자일 때라고 답하겠지만, 어차피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에서 진짜 모습이란 게 있을까. 속마음이 진짜일까. 현실의 현실이라고 불리는 진심이 진짜일까. 그러나 진심은 아무도 모른다. 진심이란 건 언제나 행동으로 드러날 뿐. 자신의 진심을 말하라 그러면 그 질문을 듣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진심.. 더보기
이별에 관해서 이 글은 스팸뮤직으로 부대원들에게 뿌렸던 글이다. 관등성명과 부대원의 이름이 나오는 부분은 삭제, 수정했다. :::::::::::::::::::::::::::::::::::::::::::::::::::::::::::::::::::::::::::::::::::::::::::::::::::::::::::::::::::::::::::::::::::::::::::::: 오늘은 이별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군대에 와서 애인과 이별을 경험한 사람이 제가 아는 사람만 열손가락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제 나름으로는 그 분들을 위해서 준비했습니다. 지금 알콩달콩 잘 지내는 분도 있고, 설레는 맘에 시달리는 분도 있을텐데, 그 분들은 안 읽으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금요일에 우울함을 느끼고 싶지 .. 더보기
걱정마세요. 걱정마세요. 잊지 않았어요. 아무 말도 전할 수 없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더보기
사진과 기억의 주객전도 '스위트피' 3집의 '사진 속의 우리'라는 노래의 클라이막스 부분 가사는 이렇다. "사진 속의 넌 이렇게 웃고 있는데 웃고 있지만 뭐가 그리도 좋은지 난 아무런 어떤 기억도" 기억은 부서지고 흐려지고 덮어진다. 자폐증 환자 중 일부가 비정상적인 기억력이 있는 걸 보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자세히 그리고 오랫동안 기억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었을텐데도 인간은 그렇게 진화하지 않았다. 기억은 왜곡되고 잊혀지고 선택된다. 그래서 사진이라는 보조 기억을 통해 지난 날을 회상하고 기억을 유지한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현실 속에서 순간을 찍어낸 사진은 정지된 기억을 준다. 시간이 흘러서 기억이 점점 희미해 질 때, 사진으로 기억을 보충하려 하고 잊혀지는 기억을 사진에 의지하다 보면 결국 그 순간의 살아있던 기억은 사라지.. 더보기
미련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기억을 사랑하는 것을 미련이라 부른다 더보기
그래도 나에겐 위로가 되주었던 루시드폴의 공연 그사람은 오지 않았다. 대신 같은 곳에서 그가 왔다. 날 어루만져 주었다. 그는 반팔 면티와 청바지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아무런 꾸밈도 없었다. 통기타처럼. 말없이 노래를 시작했다. 대신 수백명의 팬들을 향해 노래로 속삭였다. 모두들 숨을 죽이고 그의 숨소리를 들었다. 그의 손도 같이 노래했다. 성대가 떨리듯, 기타줄이 울었다. 내가 듣던 그 목소리였다. 내가 기다렸던 그 울림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가 초대한 손님들과 함께 재밌는 농담으로 명상을 주었다 수수한 옷차림과 평범한 외모와 그를 닮은 조용하고 소심한 팬들 그는 나에게 있어 그사람과 나를 이어주는 다리이자 나를 위로해주러 온 친구이지만 나는 그에게 있어 친구와 함께 그를 보러온 팬 중 하나일 뿐이다 그래도 나에겐 위로가 되주었고 그래도 나에겐 .. 더보기
서로의 위치로 돌아간 것일 뿐일까 루시드폴의 '나의 하류를 지나'라는 곡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모든 게 우릴 헤어지게 했어. 모든 게 우릴 헤어지게 해.." 멜로디와 접합된 저 부분을 들을 때면, 그의 심정이 곧 내 심정이 되는 듯했다. 처음 이 노래를 들을 때는 여자친구가 없었지만, 아마 내가 헤어질 때도 그런 느낌일 것이라고 예상해버렸다. 헤어진 날이 지나고 한참 뒤에 헤어진 때를 생각한다면 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모든게 헤어지게 만드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하리라 짐작했다. 그런데 실제로 겪고 나니, 어디에서도 헤어진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처음에 멍했고, 지금도 그렇다. 내가 둔해서일 수도 있고, 아직 실감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이별이든 어느 한 쪽에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닐텐데, 나는 양쪽 어디에서도.. 더보기
조금씩 죽어가는 일.. 가장 괴로운 건 그 사람의 기억속에서 점점 희미해질 내 자신을 상상하는 것이다. 더보기
머무는 흔적들 아직 지갑 속에 있는 사진들을 보면 주위 사람들은 아직 잊지 못했냐고 묻는다. 사진이 들켰을 때, 물을 것을 예상하고 어떻게 대답해야 되나 머리를 굴리지만, 대답은 항상 '때가 되면 잊혀지지 않겠습니까.'이다. 굳이 잊으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원태연의 시처럼 생각나는 것보다 잊혀지는 슬픔이 더 큰 법이다. 아직은 가지고 있는 것이, 내 정신건강에도 좋다. 언젠가는 아직도 사진이 지갑 속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무심히 손가락을 비집어 넣어 그 사진을 빼 낼 것이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그사람의 블로그를 아직 갈피표에서 지우지 않았다. 이건 뭐 아직 잊지 못해서나 기억하고 싶어서나 그런 이유가 아니다. 그사람은 사진을 잘 찍는다. 내가 사진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라 실력이 어느 정도에 위치하고 있다고는 .. 더보기
걱정 말란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고, 그래서 헤어져도 헤어진 것 같지 않다. 떨어져 있는 것과 헤어지는 것의 차이점이라고 하면 마음의 변화일 것인데, 지갑 속 사진도 그대로고, 웹 상의 흔적들도 그대로고, 표면상으론 달라진 것이 없다. 그래서 오늘 다시 한번 그런 상상을 했다. 이 기억들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았던 환상이지 않을까 하고. 매번 열등감과 자학에 시달리던 내가, 그 고통을 견뎌내기 위해 자폐적으로 만들어낸 꿈은 아닐런지. 그런데 진짜로 그렇다면 너무 슬프겠지. '사랑둥이'(그사람이 만들어줬던 인형)이 그건 아니니 걱정 말란다.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더보기
"울지말자 우리." 저는 처음이라서 몰랐습니다 그게 헤어지자는 말인지 눈밑이 따가운 이제야 그 뜻을 알겠습니다 더보기
시간의 강에 뿌리는 기억의 조각들 다른 블로그에도 다 있는 기능이겠지만, 텍스트큐브는 등록일자를 설정할 수 있다. 블로그라는 말이 원래, 새로 쓴 글이 맨 위로 올라간다는 뜻에서 왔듯이, 과거의 시각으로 등록일자를 설정하면, 그 날짜에 맞는 위치로 등록된다. 그 시각의 앞뒤로 썼던 글 사이에 놓인다. 예전에 썼던 글이나 새로 쓴 글 중에 블로그의 맨 윗자리를 차지하기에는 너무나 허접하고 쪽팔리는 글들은 과거로 밀어버린다. 지금 feed에 15개의 최신글이 등록되니 그 이전으로 날짜를 밀어버리면, 리더기를 통해서도 볼 수 없다. 그런 글들 또한 내 기억의 일부이고 블로그는 내 보조기억장치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올리는 것이다. 타자의 입장에선 허접하기 짝이 없는 글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래도 정이 가는 글들이기 때문에. 그 내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