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상들

pPANIC에 썼던 나머지 잡상들 2002년 9월 나는 무슨 일이든 생각할때 말로 생각한다. 그것도 서울말로.. 말이라고 해서 입으로 말하는게 아니라 머리속의 말이다. 누구나 다 그럴 것이다. 언젠가 생각할때 언어로 생각한다는걸 알고 깜짝 놀랬던 적이 있다. 그냥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그렇게 깜짝 놀란 이후 그러면 말을 모르는 아기나 동물은 어떻게 생각할지가 궁금해졌다. 그 생명체들은 느낌으로 생각할 것 같았다. 느낌이라면 감성인가.. 하지만 모호한 언어보다도 느낌이 더 확실하다. 그러나 느낌은 느낌... 사람이 자신의 욕망을 참지 못할때 참아야지 참아야지 라는 말을 속으로 되뇌인다. 그냥 느낌으로 참으려고 하면 절대 참을수 없을것 같다. 사람이 이성을 가지기 시작한건 말을 만들고 나서 부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03년2월.. 더보기
키에 대한 잡상들 (루저 시국에 붙여) 1. 루저 논란으로 세상이 흉흉한 지금 평소 호형호제 하던 친구가 루저 중의 루저인 나의 의견이 굼긍하다고 하여 쓴다. 2. 나는 미수다의 기준으로 따지면 루저 중에도 탑클래스의 루저고, 현아의 기준으로도 루저다. 내 평생소원 수십가지 중 하나가 제발 170만이라도이고, 하루빨리 여성들의 하이힐처럼 키높이에 대해도 사람들이 무감각해지길 기다리는 중이다. 부모님을 봐도 그리 크게 될 씨앗은 아니었지만, 수많은 날의 고민을 통해 170도 못 된 것은 결국 내 잘못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수십가지 키가 크지 않을 이유가 이렇게 복합적으로 절묘하게 중첩될 줄은 결과론이지만 몰랐다. 나의 키는 중 2 때 성장률의 정점을 찍고 중 2와 중 3 사이 어느 시점의 변곡점을 지나 중 3 때부터 지수함수적으로 성장률이 둔화.. 더보기
'섯다'에 관한 잡상들 '섯다'인지 '섰다'인지 '섣다'인지 정확한 명칭은 알지 못한다. 아무튼 군대에서 병장을 달고 쯤 부터 2개월 정도 섯다를 쳤다. (그 이후로는 제대할 때까지 고스톱을 쳤다) 나는 얼굴 표정에서 패가 다 드러나고, 돈을 잃는 게 겁나기도 해서 처음에는 지켜보기만 했다. 그런데 한 번 쳐보니, 재미가 쏠쏠하다. 표정을 못 숨기는 걸 이용하기도 하고, 소심한 성격을 이용하기도 했다. 결과만 놓고 따지자면 처음엔 좀 퍼주다가, 하루 날 잡고 따다가, 고만고만하다가 결국 약간 돈을 잃었던 것 같다. 어차피 판돈이 100원이라 크게 잃지도 않는다. 섯다는 돈의 회전이 빨라서 잃어도 금방 다시 찾을 수 있다. (반면 고스톱은 한 번 크게 잃으면 만회하기가 어렵다. 맞고가 아니라면.) 섯다의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할.. 더보기
라이브클럽 '빵'에서 (2009.2.26) 1 발 열개 달린 거미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건반위에서 그 춤이 곧 음악 -'덧'의 무대 뒷편에 비친 그림자를 보며 2 비벼 진동하는 바이올린 위로 새하얀 먼지 같은 것이 떠올랐다. 나중에 알고보니 송진가루란다. 음이 휘발하는 것 같았다. 기름 냄새가 나듯이 그러나 그보다 훨씬 좋은 음의 냄새를 귀로 맡았다. 줄은 조금씩 휘발하며 생을 다 한다. -'오주환'과 세션들의 무대 3 공연의 매력은 진동의 발산과 수용의 경로를 단축하는 데 있다. 성대와 악기에서 나온 날(生) 음은 녹음되고. 녹음된 것은 믹싱 되고. 믹싱 된 것은 마스터링 되서. 음원으로 복제된다. 복제된 음악은 재생기에 들어가서 빛이나 전기적 신호로 다시 읽혀져. 스피커로 전달 되어. 내 고막으로 전달된다. 그러나 공연장에서는 날 음이 마.. 더보기
밈(meme)에 대한 잡상 1. '이기적유전자'에는 밈(meme)이라는 자기 복제자에 대한 설명이 있다. 사회, 문화적인 현상 또한 자기 복제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들만의 진화를 해나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2. '남기고 싶은 것은 유전자만이 아니다'와, '존재할 확률이 높은 것들이 존재한다'에서 정보라는 개념으로 일반화 시킨 것이 '이기적유전자'에서는 밈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3. 이전 글에서는 정보의 진화라는 개념도 간접적으로 유전자에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리처드 도킨스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뇌가 정보를 복제할 수 있게 된 순간 새로운 환경 위에 문화, 개념 등의 자기 복제자들이 그들만의 진화를 시작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4. 그의 말대로 자기복제자의 성질을 가진 것들은 자기들만의 진화를 한다.. 더보기
명상에 대한 잡상들 1. 자연적인 명상이든, 인위적인 명상이든, 그 시간 뒤에는 마음이 정리되고 정갈해지는 기분이다. 명상의 상태는 아무것도 없는 무심한 상태라 어떤 상태라고 딱히 말할 수가 없는데, 결국, 명상일 때의 기분은 명상이 끝난 뒤에야 알 수 있다. 모순인 것이 그 상태는 이미 자아가 다시 돌아온 상태라 결코 명상일 때의 기분을 설명할 수는 없다. 결국 명상의 목적이 명상 이후에 명상이 아닌 상태를 위한 것이라면, 자아가 사라지는 명상이 자아를 위한 것이 되고, 자아라는 허상을 깨달으려면 자아가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2. 흔히 깨달았다고 하는 상태, 부처, 오쇼 라즈니쉬, 크리슈나무르티 등이 다다른 상태에 닿으려면 명상이 필요한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행하는 명상이 마일리지처럼 쌓이면서 깨달.. 더보기
전생에 대한 극소단상 1. 전생이란 건 믿지 않는다. 불교에서의 윤회라는 개념도 모르긴 하지만 곧이 곧대로의 뜻은 아닐것이라 생각한다. 부처가 정말로 깨달았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그대로의 윤회라는 개념을 본인은 믿지 않았을 것이다. 죽어서도 삶이 계속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후세계를 생각하고, 그 논리를 이으려면 그 이전으로의 연장이 필요하고 결국 전생이라는 개념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과 응보를 주장하는 종교 혹은 사회에서는 당연히 불공평 할 수밖에 없는 삶을 설명하기 위해 전생이 필요하다. 2. 그래도 어렸을 때는 보통 전생을 믿기 마련이고, 나도 전생에 뭐였을까 궁금했다. 이상하게 대금 소리가 좋아서 나는 전생에도 조선시대에 태어났을 것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여러가지 문제를 풀어 전생이 뭔지를 말해주는 웹사이트도.. 더보기
캐나다에서의 잡상들, 일기들 ....2.... 9. 여행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는 건지, 사진을 남기기 위해 여행을 가는 건지, 흔들린 사진처럼 알 수 없다. 경건한 성당안의 고통스런 예수도 믿음이 없는 사람에겐 한낱 사진 노리개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 모습이 가슴까지만 나오게 해달라나. 가만히 최소한 삼십분이라도 앉아서 분위기에 취할 순 없는 걸까. 여행책자를 만드는 사람처럼 돌아다니며 사진만 찍는 한국관광객들이 그리 곱게 봐지지 않는다. 나 또한 마찬가지려나. 믿음이 없는 나에게도 예수와 마리아의 모습은 사진을 찍고 싶은 충동을 주고, 실제로도 찍었다. 나 또한 가슴의 경건함을 사진에 가둬 버린게 아닐까 의심이 간다. 책에서만 봐오던 사진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찍을 수 있다는, 거기에 자신의 모습까지 같이 얹을 수 있다는 에고이즘의 투영일 뿐이.. 더보기
캐나다에서의 잡상들, 일기들 ....1.... 2005년 여름, 학교에서의 지원으로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대학에서 방학 동안 수업을 듣고 왔다. 밴쿠버에 2주 정도 몬트리올에 한 달 정도 있으면서 수첩에 적었던 잡상들이다. 이미 블로그에 올렸던 글들은 제외했다. 1. 인천공항. 사람들은 저마다의 짐을 메고 끌며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는다. 자기 몸보다 큰 짐을 끙끙대면 가는 사람, 가벼워보이는 가방 하나 달랑 메고 가는 사람, 드는 방법이 잘못돼 힘들어 보이는 사람, 그 반대인 사람, 모두가 자신만의 짐을 지고 걸어간다. 언제, 어디서 끝날지 모르는 인생이라는 여행을 위해. 2005. 6. 28 한국 인천공항 2. 기억을 사진으로 현상해주는 사업 구상. 정맥을 따라 흐르는 피처럼 도로를 달려가는 차들. 세상은 사진에 찍히기 위해 자연스러웠던가? 3... 더보기
미약한 박제가 될 잡상들 1. 시작은 반이다. 그런데 매 순간은 새로운 시작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남은 일의 새로운 반만을 할 수 있으며, 완성된 일의 양은 (1/2)의 무한 등비 급수의 합이다. 결국 우리는 무한대의 시간이 지나야 일을 끝낼 수 있다. (단, 매 순간은 특정한 길이의 시간으로 양자화 시켜야 의미가 있다.) 2. 쥐뿔도 모르지만 한의학과 양의학의 차이점은, 네트워크 중심과 분석주의(?) 중심의 차이가 아닐까하고 생각해본적이 있다. 다소의 경험으로 한의학은 신체기관의 다른 신체기관과의 연결을 강조한다. 이에 비해 양의학은 신체기관을 쪼개고, 분석적으로 접근한다.(여기서 '분석적'이라는 의미는 쪼개서 각각의 매커니즘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양의학은 직접적인 치료를, 그리고 한의학은 간접적인 치료를 주로 하는 이유도 이.. 더보기
육군 훈련소에서의 잡상들 1. 군대는 평등한게 아니라, 불평등해도 불만할 수 없는 강요된 평등이 있을 뿐이다. 2. 군복을 자세히 보면 조금씩 무늬의 위치가 다르다. 단 패턴은 같다. 아주 큰 천에서 잘라서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는 그 정도의 개성만 허용 되는 곳이다. 3. 결국엔 나를 찾아간다. 나의 행동패턴 내지 성격을 바꾸지 않는 한 특정한 인간관계 상태로 수렴한다. 나를 변화시킨다면? 그러나 그땐 부자연스럽다. 4. 내가 하는 것은 생각지 못하고, 내가 처한 상황과 환경을 탓한다. 타인에게는 내가 곧 주어진 환경일텐데 말이다. 5. 군대가 견디기 힘든 것은 다른 사람의 뇌를 위해 내 자신의 뇌를 포기하고 그 사람의 팔다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 6. 총성을 들으며 피어난 꽃들.. 7. 한달만 하고 나갈 곳이기에 더욱..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