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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메모> 아프니까 청춘이다.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시크릿'과 '긍정의 힘' 등 대책없이 긍정적인 마음을 심으려는 사기성 짙은 책들과 같은 유(類)가 아닐까 의심이 됐지만 기우였다. 제목에서는 아프니까 청춘이라지만 아픔을 미화하지 않는다. 청춘이 겪는 아픔을 구체화하고 아픈 상처의 딱지가 곱게 앉도록 혹은 이 아픔이 지나면 면역이 생겨 더 이상은 같은 일로 아프지 않도록 조언한다. 조금은 뻔한 말을 하는 꼭지도 있지만 그 꼭지까지 흔들리는 어느 청춘에게는 위로이자 따끔한 조언이 될 것이다. 확고할 줄 알았던 미래와 미래에 대한 의지가 번져버린 물감처럼 형체를 알 수 없게 되버린 지금의 나에게도 이 책은 글의 소비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기억하고 싶은 행을 메모해둔다.

모쪼록 나는 그대들이 더 어리석었으면 좋겠다. 너무 영리하게 코앞에 있는 단 1%의 이익을 좇는 트레이더가 아니라, 자신의 열정에 가능성을 묻어놓고 우직하게 기다릴 줄 아는 투자가였으면 좋겠다. -11쪽

단기 투자자보다 우량주에 자신을 쏟아붓고 묵묵히 기다리라 하신다. 내가 묵묵히 투자할 나의 가능성은 정말 우량주일까.



많은 청춘들이 인생의 '신인상'에만 연연한다. 친구들보다 '빨리'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친구들보다 '먼저' 전문직에 나가고, 친구들보다 '앞서' 부와 안정을 누리고 싶어 한다. 다들 신인상에만 안달 나 있을 뿐, 먼 훗날 주연상을 받을 수 있는 내공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다. -38쪽

빨리 무엇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조급증은 내가 겪고 있는 병이다. 나는 27세(만) 이전에 꼭 뭔가를 이루겠다는 각오를 다졌었다. 그 조급증 때문에 내가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기초를 충분히 쌓지 못했다.




너무 괴로워 말라. 이 불안을 동력으로, 그대는 때로 우연에 기대라.
다만 오해 없기를. 우연에 기대라는 것은, 아무 계획이나 의지 없이 이리저리 시대의 흐름에 쓸려 다니라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좌절하지 말라는 것이다. 유명한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가 2009년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어느 기자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부탁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계획을 세우지 마라."
기자가 어리둥절해하자,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스무 살에 이걸 하고 다음에는 저걸 하고, 하는 식의 계획은 내가 볼 때 완전히 난센스다. 완벽한 쓰레기다. 그대로 될 리가 없다. 세상은 복잡하고 너무 빨리 변해서 절대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 대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라. 그래서 멋진 실수를 해보라. 실수는 자산이다. 대신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멋진 실수를 통해 배워라."
-50~51쪽

오래 전 세웠던 계획이 완전히 헝클어져버리더라도 좌절하지 않으련다. 사실 좌절하고 있었다.



20대가 만들 수 있는 종잣돈이란 사실 미미한 액수다. '코 묻은 돈' 아껴서 재테크 시작하기보다는, 차라리 다 써버려라.
물론 그 지출은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책을 사고, 여행을 떠나고, 무언가 배우는 데 써라. 나중에 정말 큰돈을 만들고 싶다면, 푼돈으로 몇 년 일찍 재테크를 시작하기보다는 '더 나은 나'를 만드는 데 돈을 써라. 궁극적으로 최고의 재테크는 나의 가치를 높여 높은 연봉을 받는 것임을 잊지 말라. -65쪽

아직도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는 처지에 할 말을 아니지만,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성격을 만들어주신 부모님께 감사한다.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꺾어
너의 곁에 두려 하지 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시인 서정윤의 <사랑한다는 것으로>라는 시다. -114쪽


그렇다. 수학뿐 아니라 우리 인생에도 '오답노트'가 필요하다. 다시 틀리지 않게 깨우쳐줄. -123쪽

수학공부를 할 때도 오답노트를 써본 적은 없다. 그러나 곧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잘못된 선택들부터 정리해서 조만간 오답노트를 올릴 것이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어느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서 새롭게 시작할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결말을 맺을 수는 있다."  -198쪽

매순간 우리의 선택은 결말을 바꾼다. 딱 선택의 무게만큼 결말을 바꾼다.




'시골의사'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경제평론가 박경철 씨는 1인 4~5역을 소화한다. 어떻게 그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것일까? 어느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2000년 0시를 기해 전 다섯 가지를 끊었습니다. 술, 담배, 골프, 유혹, 도박입니다. 이 중 금연이 마지막까지 잘 안 되더군요. 그래도 술 안 먹고 골프 안 하고 딴 마음 안 먹으니까 시간이 많이 남아요. TV는 원래 안 보았고요. 그 시간에 책 보고 글 쓰고 하는 거죠. 책은 하루에 한 권 정도 읽어요. 화장실, 이동하는 차 안 등 토막시간마다 책을 펼치죠. 매년 10월에 책 한 권씩 내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매일 200자 원고지 20~30장 분량의 글을 써서 저장해둡니다. 이렇게 생활하다 보면 1인 다연을 할 수 있어요. 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시간 없다'입니다."
나는 특히 마지막 부분을 읽을 때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시간 없다'입니다." -201쪽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 강박증에 걸린 사람 같다고? 태엽에 맞아 돌아가는 일상은 잡념에 쌓인 시간보다 훨씬 행복하다.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처절한 실패보다 어정쩡한 성공이 훨씬 더 위험해. -230쪽

"If you don't know where you're going, just go."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말이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냥 가라.' -3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