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P.J. Feibelman
역자: 최경호
출판사: 북스힐
이 책의 보조 제목은 "과학도를 위한 생존전략"이다. 과학은 물질세계의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이지만 과학자는 다른 직업과 다를 바 없는 직장인이다. 그 직장이 연구소가 됐든 대학이 됐든 기업이 됐든 자신의 꿈과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연구 외적인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누구나 처음에는 자기만의 능력을 발휘하여 서로 데려가려는 인재가 되는 것을 꿈꾸지만 대부분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연구능력만으로 직업세계에서 굳건하려면 엄청난(세기의 천재급의) 능력이 필요하다. '생존전략'이라는 다소 거창한 보조제목을 붙였지만 저자는 이제 막 전문가의 세계에 발을 들인 과학자(혹은 공학자)에게 필요한 실용적인 정보들을 제공한다. 주로 박사후 연구과정에게 필요한 얘기들이지만 미리 읽어도 도움이 될만하다.
기술의 발달로 예전과는 연구방법이 많이 달라졌다. 여기서 예전이란 10년 정도의 단위로 보면 되겠다. 이 책은 2002년도에 번역되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쓰지 않을 것 같은 OHP 발표 방법 등을 얘기하는 것을 보면 아마 원문은 훨씬 오래 전에 썼을 것 같다.(1990년대 후반 중학교 때도 OHP 대신 PPT를 썼다.) 하지만 연구비를 따내고 직장을 구하는 등의 직업을 위한 제반적인 내용들은 거의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도는 세세한 기술만큼 빨리 변하지도 않으며 사람의 심리는 그보다 훨씬 느리게 변한다. 여기서 다루고 있는 전반적인 내용은 아직도 아니 앞으로도 계속 도움이 될 것이다. 훗날을 위해 몇가지 메모해둔다.
1. 모든 연구에는 반드시 탐구하고자 하는 주제(어떤 목표)가 있어야 하며, 발표에도 줄거리가 있어야 한다. ("작은 입자로부터 산란되는 빛의 파장 종속성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라며 발표를 시작하지 말라. 차라리 "왜 하늘이 푸른색인지 아이들이 가끔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는 식으로 발표를 시작하라.)
2. 왜 그 분야의 연구가 중요한지, 그 분야에서 중요하게 취급되는 문제들은 무엇인지,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발표를 시작하라. 당신의 연구가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수행되어 온 연구 중에서 어떤 맥락에 속해있는지 각각의 연구방법들이 갖는 장점들로는 무엇이 있는지 등을 언급하며 발표를 진행하라. 그 다음 당신이 수행한 연구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라. 그 다음 당신이 수행한 연구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라. 청중들이 모두 '전문가'일 거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 몇 명이 앉아있을지도 모르지만, 전문가라 해도 자기가 잘 아는 내용을 듣기를 좋아한다. 당신이 발표를 통해 그의 연구분야가 왜 중요한지 사람들에게 설명해주는데 이를 싫어할 이유가 있을까.
3. 동료나 전문가 한두 명 앞에서 예행 연습을 하라. 질문이나 건설적 제안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좋다. 당신의 미래는 선배 과학자들로부터 좋은 내용의 추천서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4~25쪽
열정적인 젊은 교수에게 가라는 조언을 많이 들은터라 조금 의아하다. 미국과 한국의 사정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존경하는 Honcho 박사님께
귀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X 연구소에서 내 연구조건에 대해 말씀 나눌 수 있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박사님께서 말씀하셨던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실험실 공간, 기자재, 여름 동안의 급료, 일정기간 동안 강의 면제 등 중요한 내용을 나열)
이 내용이 우리의 대화 내용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인지 알려주셔서 이에 따라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Dr. Ima Mover 드림
-109~110쪽
짤막한 연구프로젝트의 성과들을 발표하면 당신이 '잘려나갈' 가능성이 최소화된다. 당신도 유능하지만 주위에도 출중한 경쟁자들이 많다. 노력한 결과를 인정받고 싶다면 연구의 성과물을 묶어 학술지에 발표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과학자로서 당신 개인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연구지원기관으로서도 그 연구를 지원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논문으로 증명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언제나 높이 평가된다.
면접을 받거나 연구지원신청서를 낼 때 당신을 평가하는 사람들 중에는 언제나 한두 명쯤 "콩알 세는 사람(숫자계산에 의해서 판단하는 사람)"들이 이기 마련이다.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데 도움이 된다. 그들은 당신의 논문 편수만을 헤아리는 것이 아니다. 과학인용색인을 통해 당신 논문이 얼마나 인용되었는지도 평가할 것이다. 당신의 논문 편수가 남들보다 두 배 많다면, 당신 논문의 영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결과도 대략 두 배 정도가 될 것이다. 여러분은 이를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웃어 넘길지도 모른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신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살마들 주엥는 언제나 '콩알 세는 사람'들이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130~1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