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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침이 없는 시계 (2003년 1월 작성)

"지금 몇신데?"


"35분"



"몇 시?"


"몇신지는 몰라, 그냥 35분이야."



"몇신지도 볼줄 모르나?"



"내 시계엔 시침이 없어."



"시침도 없는걸 왜 들고 다니는데."



"시계는 시각을 보려고 들고 다니는 거야."



"그러니까. 왜들고 다니냐고."



"분은 볼수 있잖아."



"분만 봐서 뭐하게,, 몇신지를 알아야지."



"내가 살던 곳의 시계는 시침이 필요없어. 하루가 60분이거든.
한달은 24일. 1년은 30달로 되어 있어. 12년이 지나면 한세기가 시작됐다고 축제를 열지.

지구라는 곳은 너무 적응하기 힘들어.
내가 아직 적응을 못한 건지는 몰라도
지구에서의 한시간 한시간은 하루처럼 길고 지겨운데, 하루가 지나고 나면 한시간밖에 가지 않은 것 같아.
초등학교 방학생활 책대로 알차고 보람있는 하루를 살고 싶은데 하루가 너무 긴 이곳에선 그러기가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