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놀이공원을 갔다. 밑에 올라와 있는 글처럼 나는 탈 수 있는 놀이기구가 매우 한정되어 있어 놀이공원을 웬만해선 안 간다. 어찌하다 보니 가게 됐는데,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자유이용권을 끊었다. 역시나 내가 탈 수 있는 건 많아야 다섯 개 정도였고,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 같다.
귀신의 집, 타가다(탬버린), 범퍼카, 후룸 라이드(flume ride), 타워, 케이블카를 이용했다. 그 중 난생처음 해 본 것은 타가다(탬버린)이었다. 탬버린처럼 생긴 탈것에 올라타 빙글빙글 돌며 통통 튕겨주는 놀이기구를 말한다. '타가디스코'라고도 한다. 그 기구는 내가 꽉 잡으면 되기에 안전장치를 믿어야 하는 것보다 나에겐 오히려 낫다. 오래전부터 그건 타보고 싶어서 용기를 내 타기로 했다.
나는 무서운 것도 싫지만 어지러운 것도 싫다. 정신없이 빙글빙글 도는 타가다를 보면서 어지러우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런데 타고 있을 때는 신기하게 조금도 어지럽지 않았고, 다 타고 내렸을 때도 잠시 어지러웠을 뿐 금방 다시 돌아왔다. 러닝머신(정식 영어 명칭: Treadmill) 위에서 달리다가 내려서 걸었을 때 어지러운 정도였다. 빙글빙글 돌고 있을 때 무서움을 좀 떨쳐내려고 왜 어지럽지 않을까 생각했다.
반고리관, 전정기관의 기능원리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고, 설사 알고 있었더라도 그 상황에서 생각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만 자기 관찰을 통해서 심리적인 면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타가다 위에서 밖을 쳐다보기보다는 계속 정면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고 있었다. 그게 집중하기 쉽기도 했고, 정면에 앉은 덩치 큰 소녀의 눌린 표정이 너무 웃겨서기도 했다. 내가 주시하고 있는 물체는 가만있은 채 배경만 빠르게 움직였다. "시각에 의한 어지러움"은 내가 주시하고 있는 것이 어떻게 바뀌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듯하다. 주시하고 있는 물체가 나의 움직임과 같은 방향이라면, 즉 계속 시선을 고정한 채 바라볼 수 있다면 어지럼증은 덜하다. 이는 차 안에서 책을 보거나, 창밖 가까운 곳을 보면 멀미가 심하지만, 먼 산을 응시하면 덜해지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주시하고 있는 물체가 중요한 것이지 배경이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가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
타가다를 다 타고 내렸을 때는 왜 잠시 어지럽다가 금방 사라졌을까. 바이킹처럼 일정한 운동이 반복되는 기구는 타고 있을 동안 울렁거림을 느낄 수 있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정신없는 기구들은 타고 있을 때는 모르다가 내리고 나서 엄청 어지럽다. 타가다 같은 경우는 내렸을 때 어지러움이 있었지만 그리 심하지 않았다.
앞서 러닝머신에서 내렸을 때와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러닝머신에서 오래 달리다가 내려서 걸으면 묘한 기분이 들면서 어지럽다. 오랜 시간 연합되어 있던 시감각과 운동감각의 연합이 변화하여 어지러움을 느끼는 듯하다. 러닝머신 위에 있을 때는 시선은 고정되면서 발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몸은 발을 움직여도 시야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적응된 상태이다. 이 상태에서 러닝머신을 멈추고 내려와서 걸으면, 기대되었던 상황과 다르게 발걸음에 따라 시야가 바뀌니 어지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타가다의 경우 팔과 허리에 잔뜩 힘이 들어간 상태를 유지한 상태로 회전운동을 하고 있었다. 시야는 고정되어 있지만, 귓속 전정기관과 반고리관은 이미 회전운동에 적응되어 있다. 러닝머신처럼 운동감각과 연합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근육들과 균형감각 간의 연합이 형성되어 있었다. 멈출 때까지도 괜찮다고 일어섰을 때 갑자기 어지러웠던 것은 이 연합이 깨져버리면서, 적응이 필요했던 것이다.
시각에 의한 어지러움은 주시하는 물체에 상관하며, 시감각과 다른 감각 간의 연합이 깨질 때 적응하는 동안 어지러움을 느낀다.
(단정적인 표현을 썼지만, 과학적 근거는 하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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