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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의 '자유의지'를 확신할 수 있습니까? ①

의식의 근원을 밝히기 위한 노력은 희랍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여전히 정확한 실체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중론에 따르면 의식을 뉴런들이 일시적으로 집합체를 만들며 반응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렇게 정의할 수 있는 근거는 의식이 조금 더 뚜렷하다고 할 수 있는 상태, 즉 평상시 상태나 의식적인 일을 하는 상태에서는 이 집합체의 크기가 커지며, 의식이 떨어진 상태, 꿈을 꾸거나, 환각상태일 때는 이 집합체의 크기가 작게 나타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반응을 보내는 부분 영역의 크기가 아니라, 그것들이 얼마나 집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느냐이다. 즉, 설사 전체 양을 합하면 더 넓은 부분에서 신호가 나오더라도, 그것들이 고립된 섬처럼 떨어져 있으면, 의식의 정도가 약하게 된다. 의식은 있다 없다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뉴런들이 집합체로 참여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연속적인 양이다.

뉴런들의 순간적인 집합체가 의식이라는 근거를 하나 더 제시한다면 무의식과의 차이점을 들 수 있다.
십자수를 처음 배운다고 가정하자. 십자수를 처음 할 때는 서투르기 때문에 정신을 집중해서 한 땀 한 땀 놓아야 한다. 이때 뇌를 들여다보면 전두전야 분야를 중심으로 광대한 영역이 밝게 빛난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일에 익숙해지면, 굳이 정신을 집중하지 않고도, 다른 생각을 하면서 십자수를 놓을 수 있다. 이 때 광대하던 영역은 축소가 되고, 그 일에 집중하던 의식은 다른 곳에 쓸 수 있다. 의식에서 무의식적인 반복 행동으로 넘어간 것이다.

의식을 뉴런들의 순간적 집합체라고 가정할 때, 자극과 그 자극을 인식하는 시간 간격을 재 볼 수 있다.
Benjamin Libet의 실험에 따르면 손가락을 찌른 후 뇌까지 신호가 전달 되는데는 0.02초가 걸리고, 그것을 뇌가 의식하기까지는 0.5초가 걸린다고 한다. 우리는 자극이 신체에 위혐을 주는 것이라면, 대뇌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 연수나 척수에서 바로 반응하여, 운동 신경이 움직이는 것을 무조건 반사라고 한다고 고등학교 때 배웠다. 그것은 우리가 자극을 인식하기 까지 0.5초라는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시간까지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반대는 어떨까. 우리가 의식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하는 것을 우리는 의지라고 부른다.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특정한 행동을 하려 할 때, 의지를 가진 순간부터 행동으로 옮겨지기 까지의 간격 또한 잴 수 있을 것이다. 이 실험 또한 Benjamin Libet에 의해 최초로 이루어졌고 그 결과는 1985년에 발표되었다. 이 실험을 London University college의 Patrick Haggard가 좀 더 현대적 실험장치를 이용하여 재현하였다. 실험은 피실험자에게 실험에 쓰이는 버튼을 누르게 하고, 피실험자가 언제 누르고 싶었는지를 보고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그녀의 두개골에 전극을 설치해, 운동피질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피실험자의 의지가 발동하는 순간과 비교하였다.
의지가 발동한 후 몇 초만에 운동 피질이 반응이 올까.

결과는 놀랍게도, 예상과는 반대였다.
운동피질이 활성화 된후 1여초가 지나서야 의지가 발동한 것이다. 피실험자는 자신이 누르고 싶을 때 누른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사실은 그 의지가 발동하기 1초정도 전에 이미 운동 피질은 활성화가 되어 있었다. 피실험자의 의지란 운동 피질이 미리 결정을 내린 후 뒤따라서 피실험자에게 보고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특정한 선택의 순간에 놓였을 때, 그 선택은 정말로 우리가 '나'라고 하는 자아가 결정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의식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이미 결정을 내린 후 '자아'에게 마치 자아가 내린 듯한 환상만 심어주는 것일까. 만약 때로는 운동 피질이, 때로는 다른 부분이 먼저 발동을 시작한 후, 우리는 단순히 그것을 나중에 인지만 하는 것이라면, 자유의지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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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의 정당성에 관한 의문을 던질 수 있다. 피실험자가 언제 누르고 싶었는지를 보고하는 방법은 실질적인 의지의 발동의 순간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을 것이다.
1963년 William G. Walter의 실험은 위 실험 결과의 타당성을 더해준다. 그는 피실험자 앞에 환등기 슬라이드를 두고, 피실험자가 원할 때에 스위치를 눌러 슬라이드를 넘기라고 지시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피실험자의 운동 피질에 전극을 연결하고, 거기서 발생되는 전기 신호를 증폭시켜, 슬라이드를 넘기게 만든 것이었다. 환자들은 실험하는 도중,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자신들이 넘기려고 마음먹기 직전에 슬라이드가 넘어갔기 때문이다. 만약 이 실험에서 불합리한 요소가 없었다면, 의지가 생기기 전에 운동 피질이 먼저 반응한다는 Libet의 실험결과는 타당해지며, 우리가 언제 누르려고 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취약점도 보완될 수 있다. 게다가 1초라는 시간은 오차 범위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긴 시간이기 때문에, 의지가 생기기 전에 운동피질이 먼저 전기 신호를 보낸다는 실험 결과는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극히 낮다.

그럼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은 간단한 동작이나, 스포츠에서의 긴박한 순간에 무의식적인 움직임과 같은 운동피질이 관여하는 의지는 나중에 인식된다고 하더라도, 조금 더 고차원적인 선택의 순간에도 우리는 우리가 의식한것과 상관없이 선택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이 사실은 우리의 의식과 의지와 상관없이 미리 잠재의식에 의해 결정되며, 그것을 나중에 인지하기만 하는 것일까.

자, 이제 마우스를 잡고 있는 손은 놔두고 반대쪽 손을 들어보자. 그것은 당신이 들려고 한 것인가, 아니면 잠재의식이 결정하고 당신은 그것을 단순히 인지한 것인가, 아니면 내가 올려라고 했기 때문에 올린 것인가.




*참조
S. Greenfield, 'Brain Story', 정병선 옮김, 지호
http://blog.naver.com/xcode

*그림
영화 'Matrix' - http://vmatrix.awadallah.com/the_v_matrix_right_choice.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