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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2), 2009년 12월

1.
나는 비염을 항상 달고 다니고, 감기에 들 때도 코부터 걸린다. 추운 날에 바깥에 오래 있을 때 콧 속 어딘가가 알 수 없는 이물질로 차면, '아, 감기님이 방문하셨구나' 마음의 준비를 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더 심해지다가, 절정을 찍으면 코감기가 목으로 내려오고, 가래 기침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감기님이 돌아가실 때가 된 것이다. 겉보기에는 가래 낀 기침을 하는 모습이 더 아파 보이지만, 나에겐 절정을 찍고 내리막길을 내려간다는 신호다. 그런데 몇 번은 더 심해지지 않고 걸린 당일 나아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묘하게도 그때마다 앉아서 잔 적이 많다. 기차 안에서 자거나, 소파에 앉아서 자거나 할 때 나아버리는 것이다. 한 두 번 그랬으면 우연히 앉아 있을 때 나은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꽤나 빈번하게 일어난다. 누으면 코가 뒤로 젖혀지고, 콧물이 비강(nasal cavity)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잘 낫지 않는 것일까. 어쨌든 (적어도 나는) 앉아서 수면을 취할 때 코 감기의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

 
2.
학습에 있어 타율적인 것과 자율적인 것은 적절히 배합이 되어야 하지만, 둘 중 한가지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율적인 것이 더 낫다는 편을 들 것이다. 그러나 경험 상, 다른 유혹을 이겨내고 학습을 해야 하는 경우, 자율적인 것이 타율적인 것보다 스트레스가 높다. 자율적인 욕구의 통제와 동시에 학습을 시도하면, 유혹을 참을 확률도 낮고, 성공하더라도 스트레스는 강제로 접근 기회를 없애는 것보다 높다. 여기서 스트레스는 내가 느낀 주관적인 스트레스이며, 어떤 수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3.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오는 길은 5분 거리, 내리자마자 따뜻한 집에 들어가는 것을 상상한다. 그러다 집에 채 닿지 못한 집 앞 30m 쯤 앞에 있는 것을 상상하고, 그보다 더 못 간 거리를 상상하며 점점 내가 걸어가는 위치와 상상의 위치를 좁힌다. 계속 좁혀나가다 내가 걸어가는 위치와 상상의 위치가 일치 될 때, 시간에 대한 관념이 순간적으로 사라진다.



관찰 ①, 2009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