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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것이란... (2002년 5월 작성)

토론에서는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고 만만한 인터넷에서 글을 긁적입니다.
토론하기 전과 토론 중에는 뭐라고 말할지 생각하는데, 말을 시작하면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적절한 단어도 생각이 안나고, 말도 더듬고, 목소리는 떨리고, 머리가 깜깜해집니다.
사실 '당신들의 대한민국' 책의 군 문제 부분도 읽었었는데, 토론할때는 내용이 통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노영민 선생님이 바라는 뭔가가 그건것 같았는데.
처음이라서 그렇겠죠.
라고 위안을 합니다.

본론을 예기하겠습니다.(저는 제생각을 예기할 뿐입니다. 너무 귀담아 듣거나, 비판하려고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토론중에 OO가 전세계의 군대를 없애는 건 어떻겠냐고 했을때 선배들은 너무 비현실적이다. 현실성이 없다. 라고 하셨습니다. (선배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그렇게 생각 하셨을 겁니다.)
그러면 현실적인 것이란 어떤 것일까요. 우리가 얼마나 현실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봅시다.
우리는 국사시간에 태정태세문단세 예... 를 외워 놓으라고 합니다. 국사 공부를 했으면 최소한 그 정도는 외워야 한다고. 그리고 어른들 중에는 조선시대 왕들의 순서를 다 외운다고 자랑스럽게 직접 외보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그게 우리 역사에서 뭐가 중요할까요. 지금의 현실에서 얼마나 필요할까요. 역사의 보존을 위해서 책에 실리는 건 필요하지만 외울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정말 필요한 역사공부는 우리가 어떻게 자유를 얻었나, 노예사회에서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했으며, 현재의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 하기 위해서 어떻게 적용 시킬 것인가를 공부하는 것입니다. (말로만 '역사는 현재와의 대화'라고 하지 말고)
또한 전쟁이 얼마나 쓸데없는 짓이며, 전쟁을 미화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알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런 예는 비단 역사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수학(누구라도 느낍니다.)
영어(영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영어학을 배웁니다.)
물리(우리는 '진공상태'와 '마찰이 없는 상태'에서 살고 있지 않습니다.)
경제(돈과 카드를 잘 관리하고 사용하는 방법은 가르치지 않습니다.)
음악(작년에 장 2도 올리는 거에 대해서 5번 설명을 들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국어(일상생활에서의 중요한 화술에 대해서는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생물(청소년기의 사랑의 감정을 단순히 호르몬으로 설명합니다.)
.......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과목은 교육학입니다.
다른 친구들에게 이렇게 예기하면 피식 웃습니다. 진지하게 예기한건데도.
얼마전에 우리반은 교육학 시간에 학습상태 점검, 자존심 검사, 유전과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정도등을 배웠습니다. 사실 이 내용들은 교과서 내용에서 벗어나는 것들입니다. 그렇게 보면 교육학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과목이지만 앞의 검사들은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우는 교과들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은 알지만 대학에 가려면 어쩔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도 고등학교 시절에 현실적인 것과 원하는 것을 배우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예기합니다.
그러면 도대체 현실적인 것이란 어떤 것입니까.


명문대학 수학과에서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문제를 출제하고, 그 시험에서 뽑힌 우수한 학생들은 나이가 들어서 다시 그 문제의 출제자가 되어 우수한 학생들을 뽑습니다. 그리고 계속 반복됩니다.
사실 우리가 배우는 대부분의 학문이 이런 형태입니다. 무의미한 순환입니다. 이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안계실겁니다.


현실에 존재한다고 해서 현실적이라고 할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비현실적인 현실 속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현실적이라는 말이 누가 봐도 이치에 맞고, 우리의 삶에 진짜 도움이 되고, 좀더 진리에 가까우며, 무의미한 순환이 아닌 끊임없는 질적 발전이 가능한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현실적인 것은 우리를 행복에 좀더 가까이 놓게 해주는 것입니다.



고속도로의 제한속도를 100으로 규정해놓고, 200을 달릴수 있는 차를 만드는건 비현실적입니다.

세계 화합를 위한 올림픽에서 한쪽 이념의 국가들만 출전했던 것은 비현실적이었습니다.

국방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군대에 가야 하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저는 물리학자들이 최첨단 무기의 개발을 위해 힘쓰는 일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역사에서의 전쟁과 식민지는 권력자들의 놀음입니다.
일본 국민들은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들 생각이 없었습니다.
6.25는 북한의 인민군들이 결정을 내려서 남침한게 아닙니다.
오사마 빈라덴은 미국의 모든 사람들을 증오하여 테러를 한 것이 아닙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투하는 세계 그 누구도 바라지 않았던 일입니다.(폭탄투하의 명령을 내린 미국 정부의 간부들 외에는)
노벨은 다이너마이트를 무기용으로 만들지 않았으며, 아인슈타인도 마찬가지 입니다.

인간은 이기심의 동물이기 때문에 어쩔수없이 싸울수 밖에 없고, 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군대를 편성해야 한다는 논리는 머리만 있고, 가슴은 없는 권력자들의 주장입니다.

지구상에서 처음 군대라는 게 생긴 이후로 인간들은 계속 경쟁을 거듭하여 군대의 크기와 군사비를 늘려 와서 결국은 여기까지 왔습니다. 다른 나라가 늘리니까 우리는 더 늘려야 한다는 심리가 경쟁을 부추겼습니다. 얼마나 바보같은 짓입니까.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닙니다. 모두의 힘만 빼고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 어떤 도움도 주지 않으며,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군병력을 줄여 나가야 합니다.
그 돈을 좀더 현실적인 일에 써야 합니다.

그래도 군을 완전히 없애는 일은 불가능이다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러면 과거로 돌아가서 노예 시대로 가봅시다.
그 시대의 노예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 까요. 대부분의 노예들이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 했을 것입니다. 아니, 한탄조차 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분명 어렸을때 자신은 커서 노예제도를 부수고, 왕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 이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곧 그들마저도 현실성이 너무 부족하다, 단지 생각일 뿐이다, 불가능이다라고 포기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노예제도는 없어졌고, 밑바닥에서 대통령이 될수 있는 시대에 왔습니다. 중간과정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 그들이 말한 현실성이 전혀 없는 일이 일어났고, 불가능이 가능해졌습니다.
그 노예를 소유한 주인들도 이기심이 있었을 것입니다. 좀더 많은 노예들을 거느리고 좀더 편하게 살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노예들의 반란과 사람만이 가지는 인지상정이 그것을 바꾼 것입니다. (저는 그 노예 시절에도 극 소수겠지만 노예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는 주인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인도는 아직도 계급사회입니다. 계급의 최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 중에 평생 빨래만 하는 계급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태어나면 죽을때까지 빨래만 합니다. 그들도 대부분이 자신들이 빨래가 아닌 다른 일, 예를 들어 공부를 할수 있는 일은 불가능이라고 여길 것입니다. 그런 꿈은 현실성이 너무 없다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언젠가는 그들도 빨래가 아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날이 올겁니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윗말에서의 현실성은 잘못 쓴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현성이 맞는 표현인것 같습니다.)



군대는 우리에게 결코 필요한 존재가 아닙니다. 현실성이 없는 존재입니다.
세계의 모든 군대를 없애는 일은 실현성이 적습니다. 하지만 줄여나갈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돈을 좀더 현실적인 일에 쓸수 있습니다.




결론

현실성과 실현 가능성은 다릅니다. 우리는 비현실적인 현실속에서 현실적으로 살기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OO와 저는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현실주의잡니다.

지금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도 이루어질수 있습니다. 이루어지진 못한다 할지라도 가까이 갈수는 있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윗 글은 제 생각일 뿐입니다. 부족한 점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