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대하는 감정을 아주 단순하게 분류한다면,
'좋아한다', '싫어한다', '무심하다' 세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좋아하는 감정의 경우, 동성에게는 '친하게 지내고 싶다' 정도로 해석 가능하다.
나는 타인 한 명을 이 세가지 감정 중 하나로 대하고, 타인도 나를 이 세 가지 중 하나로 느낀다고 할 때,
총 9 가지의 경우의 수가 나온다.
나는 타인을 타인은 나를
좋아하고 좋아한다
좋아하고 싫어한다
좋아하고 무심하다
싫어하고 좋아한다
싫어하고 싫어한다
싫어하고 무심하다
무심하고 좋아한다
무심하고 싫어한다
무심하고 무심하다
그리고 각각의 상태마다 스트레스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어떤 상태는 내가 스트레스를 덜 받고 어떤 상태는 더 받는다. 스트레스의 양을 에너지 비용으로 치환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느 한 명을 싫어한다고 하자. 그 사람이 있는 자리는 피하려고 하고,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이나 말 등을 속으로 욕을 한다. 이 일은 상당히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고 따라서 스트레스 수치가 높다. 에너지 비용을 따진다면, 무심한 것이 관계에 있어 스트레스가 가장 적은 상태이다. 다만, 좋아하는 사이에서는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에너지가 많이 들긴 하지만, 심리적 안정 덕분에 스트레스의 양은 무심한 것보다 낮다. 상태를 유지하는데 에너지 더하기 보상으로 말미암은 에너지 감소를 더하면 생활 전체의 에너지 비용은 감소한다.(다른 일에 드는 에너지가 감소하는 것이다.)
이 아홉 가지 상태 중 내가 느끼는 스트레스의 양에 따라 오름차순 정렬을 한다면 다음과 같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했기 때문에 객관적이지는 않다.
(아래로 갈수록 스트레스의 양이 커진다.)
무심하고...
싫어하고 무심하다
싫어하고 싫어한다
싫어하고 좋아한다
좋아하고 무심하다
좋아하고 싫어한다
여기에 간단한 규칙을 덧붙이자면,
1. 무심한 것은 상대방이 어떤 상태이든 나에게는 차이가 없어서 같은 에너지 상태에 있다.
2. 누구나 조금 더 낮은 에너지(스트레스가 낮은 상태)로 가려는 경향이 있다.
3. 무심했던 마음이 다른 상태로 바뀌는 것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 다른 상태로 바뀌기보다 쉽다.
무관심이 가장 큰 상처라는 말 때문에 '좋아하고 무심하다' 와 '좋아하고 싫어하다' 사이의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무심하다'라는 말은 나를 전혀 신경도 안 쓴다기보다는 특별한 감정이 없는 것에 더 가깝고, 무심한 상태는 다른 상태로 바뀌기 비교적 쉬워서 '좋아하고 싫어하다'보다는 낮은 에너지 상태로 두었다.
누구나 낮은 에너지 상태로 가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면, 처음엔 계속 좋아할지 모르나 결국엔 나도 그 사람을 싫어하는 상태가 된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계속 좋아하는 건 에너지가 정말 많이 든다. 그리고 좋아하거나 싫어하던 감정이 무심한 감정으로 가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서로 싫어하는 상태가 된다.
나는 무심했는데, 상대방은 나를 좋아한다면, 더 낮은 에너지 상태인 서로 좋아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자신에게 호감이 있는 상대방에게 호감이 가는 경향)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이 자기를 좋아한다면 차라리 자기를 싫어해주기를 바란다. 내가 상대방을 좋아해 주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무심한 상태로 가는 건 불가능하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나에게는 무심하다면, 되도록 자신이 싫어한다는 티를 내려고 하지 않는다. 서로 싫어하는 상태가 되면 서로를 의식하는데 에너지 소비가 많기 때문이다.
계속 같은 공간에서 부딪칠 수밖에 없는데, 내가 친해지고 싶은 상대방이 날 싫어한다면 답이 없다. 계속 좋아하기엔 너무 힘이 들고, 결국 서로 싫어하게 되지만 그것도 만만치 않게 힘들다. 내가 먼저 그 사람을 싫어해도 마찬가지다.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상태에서 무심해지기는 어렵지만, 남녀 간의 애정 관계에서는 그런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연인 중에 어느 한 쪽이 무심해지거나, 한쪽이 다른 한쪽을 좋아하게 만들려는 노력에도 계속 상대방이 무심하다면 다른 한쪽은 고통을 느끼고, 계속 좋아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싫어할 수도 없다. 결국, 함께 무심해지려고 노력한다. 노력을 하나 쉽게 되지는 않는다.
(감정을 세개로 단순화 하였는데, 실제로는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무심하지도 않은 관계가 대부분이다. 대부분은 잠정적인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심하다'의 범주에 넣으면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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