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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날개를 달아... 루시드폴 3집

6곡은 듣고 6곡은 남겨 놓았다.
여섯 곡은 노래의 날개를 달았고, 나머지 여섯 곡은 시로 남아있다.
그는 타향생활에서의 벗에 대한 그리움을 앨범의 얼굴로 삼고 싶었던 것 같다.
첫번째 곡과 타이틀 곡, 모두 친구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을 담았다.

아껴 아껴 들으려고 일부러 여섯 곡만 듣고 있다. 그리고 이 글을 다 쓴 후, 나머지 여섯 곡(히든트랙까지 일곱 곡)을 마저 들을 것이다. 아직 듣지 않은 뒤의 여섯 곡은 가사만 읽었는데, 그 느낌이 또 색다르다. 노래의 멜로디를 알게되면, 가사를 읽을 때마다 자동적으로 그 멜로디가 떠올라, 가사만을 못 느끼게 된다. 곡을 듣기 전에 가사만 읽고 음미하는 것도 루시드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인 것 같다.
그리고 감성을 녹여만든 여섯곡을 듣고도 아직 여섯곡이 남았다는 사실에 대한 행복을 계속해서 되새길 수 있어서 좋다.

앞의 여섯 곡.
그의 이번 곡들은 솔직히 많이 어렵다. 나 같은 음치는 감히 따라 부르지도 못할 것 같다. 음 간의 연결이 직관적이지가 않아, 다음 음정 하나하나를 예상할 수가 없다. 방금 들은 한 마디를 바로 따라하려 해도, 외워서 따라 못 부를 정도이다. 그렇지만 그 연결이 어색하지도 않다. 평이한 멜로디를 피하려고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인지, 그냥 떠오르는 대로 쓴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런데 그 멜로디에 묘한 중독성이 있다. 그의 숨결은 더 따뜻해졌다.

아직 날개를 달지 않은 시들. 뒤의 여섯 곡.
그의 노래는 사랑이나, 우정에 대한 감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미선이 시절 '치질'이라는 곡에서는 조중동을 까기도 하고, 이번 앨범의 11번 곡 '사람이었네'처럼 노동과 희망을 착취 당하는 중동과 아프리카의 어느 소녀를 노래하기도 한다. 9번 'kid'라는 곡에서는 사회적, 물질적으로 소외당한 어린 아이를 응원한다. 8번, 12번에서는 곪아 흐르는 그의 감상을 다시 느낄 수 있다. 뒤의 곡들이 어떤 멜로디를 담고 있을지, 그가 어떻게 노래불렀을지는 아직 모른다. '사람이었네'는 이 곡 하나에 대한 글을 따로 쓰고 싶을 정도로, 가사만 읽고도 날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 따스한 목소리로 이 차디차게 슬픈 문제를 녹였으리라.

당분간은 폴의 음악만을 들으며 빈 시간들을 채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