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동아리 선생님에게서 추천받은 '경쟁을 넘어서'란 책에서는 성공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성공' 혹은 '승리'에 대한 두려움은 무언가를 실패할까봐 도전하지 않는게 아니라, 성공 혹은 승리할까봐 도전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주어진 과제를 잘 해내고 있다가 마지막 순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만두거나 더 노력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완성 혹은 승리할 수 있는 순간이었지만, 성공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만 두게 된다. 혹은 마지막 순간에 어이없는 실수를 하며, 그 동안의 작업을 망칠 때도 있다. 이 또한 이 두려움 때문이다.
성공에 대한 두려움도 사실 표현상의 차이일 뿐, 지나친 경쟁 구도가 만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성공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는 이유는 명확친 않지만 몇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성공 뒤에 기다리는 또다른 과제를 회피하기 위해서이다.
우리에겐 끊임없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수평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과제들이 한줄서기운동을 하며 기다리고 있으며, '수직적'으로 한 과제를 끝내면 같은 종류의 더 높은 수준의 과제가 보통 주어진다.
챕터 4가 챕터 3보다 더 심층되고 어려운 내용을 다룬다고 할 때, 실제로 챕터 3은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지만, 그 이후 챕터 4를 할 수 있을지 모르는 두려움 때문에, 챕터 3의 이해를 늦추게 된다. 혹은 챕터 4가 어려워 챕터 3 다음에 바로 챕터 5로 넘어갔을 때, 챕터 5를 거의 다 공부했을 무렵, 또다시 같은 두려움과 스트레스 때문에 과제의 완성을 미룰 수 있다.
칼럼이나 논문을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그 논문이나 칼럼을 완성하는 순간 또다시 새로운 논문이나 칼럼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미루고 시간을 끌 수 있다.
즉, 지금 하는 과제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이 과제 다음으로 오는 과제의 실패가 두려운 것이다.
두번째,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게 될까봐 느끼는 두려움이다.
나 자신의 예를 들면, 언제부턴가 생각을 깊게 하는 것을 계속 피하고 있다. 깊게 생각을 하면 앞선 생각보다 발전될 수 있음에도 자꾸만 피하는 이유는 내가 최선을 다해서 깊게 생각을 했을 때도 실패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생각의 깊이가 얼마 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최선을 다해도 남들보다 못하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각을 깊게 하는 것을 피하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경우에 과제가 거의 다 끝나간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경우나 미루는 경우는 최선을 다했을 때도, '최고'가 되지 못할까봐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시험문제가 어렵게 나왔을 때, 풀 수 있는 문제조차도 풀지 못하고 그냥 나와버리는 경우가 있다. 최선을 다해도 쉬운문제도 못 푸는게 두려워서, 혹은 최선을 다해도 중간밖에 안 될 자신이 두려워, 쉬운 문제마저도 풀기 직전에 더 깊이 생각지 않고 포기해 버린다. 일종의 변명거리를 만들며 다음으로 기회를 미루는 것이다. 운동경기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어이 없는 실수를 하는 것 또한 같이 해석 될 수 있다. 이건 '실수'였기 때문에 못한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몸 스스로가 집중을 하지 않는다. 한국의 축구대표 선수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너무 쉬운 슛을 놓치거나 아애 넘어져 버리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유소년시절부터 체화된 지나친 성공과 승리에 대한 압박이 성공에 대한 두려움을 만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두번째 이유를 정리하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다는 심리적 보루를 만들어 놓기 위해 노력을 주춤하는 것이다.
마지막 이유는 정말로 성공 자체가 두려운 것이다. 성공이 가져다 주는 주변 기대의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성공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서 크게 세가지로 분류해 보았다. 이 세가지 모두 다 주변에서의 기대나 자기자신에 대한 기대에 지나친 부담을 느끼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본인의 성격 탓도, 시스템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어느 것이 되었든 중간도 허용할 수 없는 마음이 그러한 두려움을 만든 것이다. 앞서 말했듯 성공에 대한 두려움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의 다른 말이다. 다만 일반적인 실패나 좌절에 대한 두려움과는 상황적 맥락에서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완벽 주의자, 1등 만능 주의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 이 성공에 대한 두려움을 더 견제해야 할 것이다.
*'경쟁을 넘어서'의 내용과는 아마 다를 것이다. 인용해서 좀 더 정확한 설명을 하려 했으나, 페이지를 찾지 못했다.
*세번째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