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간 학생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다. 진로, 인간관계, 학업, 가족, 친구, 성격 등등 안 한 얘기가 없는 것 같다. 한 주에 한 번씩 했는데 나중에는 할 얘기가 없어서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했다. 결과적으로 상담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상황도 나아졌고 마음도 나아졌다. 성격은 바뀔 것 같지 않지만 뭐가 문제인지는 알게 되었다. 사실 매주 상담사가 해 준 것은 내 말을 들어주는 것, 그리고 듣고 난 후 한마디 씩 조언해주는 것이 전부다. 근데 상담이란 게 원래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무슨 정신분석을 요청한 것도 아니잖아. 아무튼 상담이 끝날 때 쯤 해주는 조언은 비슷한 얘기로 수렴한다. 시간이 지나면 잊을 것 같아 정리해 둔다.
1. 그냥 부족하고 모자란 모습을 받아들이면 안 되나.
2. 왜 항상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하나.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그냥 넘어가면 안 되나.
3. 혼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추측하지 말고 물어봐라, 그게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4. 혼자 있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을 해봐라.
5. 뭔가를 보여주려 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만나고 얘기하면 안 되나.
상담을 하다보면 결국 인간관계로 문제가 옮겨간다.
진짜의 내 모습보다 더 과장되게 단점을 말하게 되는 것 같아 그 점은 좋지 않다.
나에게 상담사는 내 말을 성의 껏 들어주는 좋은 친구지만 상담사에게 나는 일의 일부일 뿐이라는 비대칭성은 슬프다.
혼자 추측하고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것은 이전보다 덜해졌다.
내게 뭐가 더 필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상담사에게 고맙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