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끄고 누웠다가
잊어지지 않는 것이 있어
다시 일어났다
암만 해도 잊어버리지 못할 것이 있어 다시 불을 켜고 앉았을 때는
이미 내가 찾던 것은 없어졌을 때
반드시 찾으려고 불을 켠 것도 아니지만
없어지는 자체를 보기 위하여서만 불을 켠 것도 아닌데
잊어버려서 아까운지 아까웁지 않은지 헤아릴 사이도 없이 불은 켜지고
...
-김수영의 '구슬픈 육체' 중
잊어지지 않는 것이 있어
다시 일어났다
암만 해도 잊어버리지 못할 것이 있어 다시 불을 켜고 앉았을 때는
이미 내가 찾던 것은 없어졌을 때
반드시 찾으려고 불을 켠 것도 아니지만
없어지는 자체를 보기 위하여서만 불을 켠 것도 아닌데
잊어버려서 아까운지 아까웁지 않은지 헤아릴 사이도 없이 불은 켜지고
...
-김수영의 '구슬픈 육체' 중
불을 끄고 누워도 잠이 오지 않는다. 시처럼 잊어지지 않는 것도 없고 잊지 못하는 사람이 괴롭히지도 않는데 잠은 오지 않는다. 잠은 안 오는데 생각나는 사람 하나 없는 것은 슬퍼할 일이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몇명을 떠올리는 것은 반칙이다.)
김수영이 살아있었다면 해가 지듯이 천천히 어두워지고 밝아지는 전등이 필요할 것이다.. 역치 이하의 변화로 점등하는 전등. 불을 끄면 생각났다가 불을 켜면 사라져버리는 그 숨바꼭질을 멈추기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