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있는 음악가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는 일.
능력있는 영화인들이 좋은 환경에서 영화만 걱정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은 절실하다.
돈이 없어 음악을 포기한 사람들, 배급사가 없어 영화를 포기한 사람들은
그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나에게도 손해이고, 짐작할 수 없는 잠재적인 소비자들에게도 손해이다.
그 사람들이 계속 음악과 영화를 할 수 있었다면, 미리부터 다수(혹은 소수)가 즐길 수 있는 정신적 유희가 박탈당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 생산자들에게 소비자로써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게 있을까를 고민하는데,
돈도 없고, 인지도도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없다.
그냥 그들의 영화를 봐주고, 그들의 음악을 사주는 일 뿐.
돈이 많다면 그들을 직접 지원해줄 수도 있고, 문화진흥청 등의 사업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라면, 그래서 내 목소리가 여러사람에게 동시에 전달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홍보도 할 수 있을텐데.
영화관에서 6000원이나 7000원을 주고 영화를 관람해봤자, 영화를 생산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얼마나 될까. 그 돈을 그냥 갖다줘도 도움이 안 될텐데, 거기서 또 영화관 배급사 제작자 다 쪼개 가질 것 아닌가.
음악 씨디 거금 14000원을 들여 사봤자, 음반사, 유통사, 제작사 다 떼고 나면 남는 건 몇천원밖에 안 된다.(몇천원도 많나?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가수들은 음반 한 장당 몇백원이었나 몇십원이었나)
나는 나름 그들에게 도움이 되려나 싶어 큰 돈을 들여 사지만, 정작 그들에게 되는 도움은 없고, 나는 한끼 김밥으로 떼워야 되고, 이건 이해타산이 맞지 않다.
조금이나마 더 도움이 되려면 차라리 그 돈을 직접 그들에게 주는 방법이 있을텐데, 앞서 말했듯 그럴 재력은 없다.
안 그대로 소수인 문화 소비자들 중 그 숫자 분의 1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다 같이 조금씩 돈을 들여 그들에게 투자를 한다면 반드시 모두에게 정신적인 이로움이 돌아올 것인데, 너무 장기적이라서 문제다. 영화를 육성사업으로 지정해놓고는 그나마 밥값정도 주던 독립영화 지원비마저 삭감해버리는 정부에게 바라는 건 더 무리다. 그건 아애 불가능.
결국 다시 한 명의 소비자로 돌아와서 그들의 영화를 봐주고, CD를 사준다. 최종 소비를 하는 단계기 때문에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지만 그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적기에 효과는 간접적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어쩔 수 없는게 아니라 이 방법이 최선이다.
그들에게 지원을 하고, 투자를 하고, 먹고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이유가 소비자층을 늘리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그 전까지는 정부나 영화관련단체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한명의 소비자로서 그들의 영화를 팔아주는 것은 그 자체로 목적이다.
CD도 마찬가지다. CD라는 가장 객관적인 수치와 확실한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 그 전까지 계속 투자를 하는 것이다. 자립할 수 있도록.
그렇다면 CD를 사는 것도 지원의 수단이자 동시에 목적이 된다.
그리고 흔히들 독립영화라 부르고, 인디음악이라 부르는, (대형 제작사나 레이블에 속해 있지 않은) 문화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의 생산품이 팔릴 수 있기 위해서는 유통과정의 모든 이들에게 돈이 가야 한다.
유통을 하고 배급을 하는 중간상인들이 돈을 벌어야, 유명배우가 나오지 않는 독립영화도 팔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독립문화는 생산자 뿐만 아니라 유통업자도 영세한 경우가 많다.
만약 수입의 분배구조가 잘못되어있다면 모르지만(추측이지만 독립영화나 인디음악의 수익구조는 다른 대형사보다 더 공정할 것이다. 유통을 하고 상영을 하는 쪽이 돈 이외의 목적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의 최종 결과물을 사주는 것이 어쩌면 직접적으로 금전적 지원을 해주는 것보다 건강하게 문화를 키울 수 있다. 독립문화 네트워크를 통째로 골고루 지원을 해주는 것이 된다.
그래서 설사 내가 돈이 많더라도 그 돈을 직접 지원하는 것보다 더 좋은 도움은 그것을 팔아주는 것이다. CD 같은 경우는 대량으로 사서 지인들에게 선물로 준다. 그럼 돈이 궁한 음악가뿐 아니라, 거기에 걸쳐있는 모든 영세한 유통업자들이 이득을 본다. 영화는 조금 꺼림칙하긴 하지만 표를 사서 지인들에게 뿌리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결론은 좋은 영화 많이 보러가주고, 혼자 가지 말고 한 번도 안 가본 친구들 데려가고, 좋은 음악 CD로 사서 들어주고, 주위사람들에게라도 홍보하자. 그렇지만 아무리 생산자가 가난하고 힘들다 할지라도 재미없고 별로인 영화와 음악을 팔아줄 필욘 없다. 소비자가 CD를 사고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그 자체로 즐겁자고 하는 것이니까. 더 다양하고 깊은 음악과 영화를 볼 수 있는 수단이자 목적이니까.
(왜 영화와 음악만 이야기하느냐. 그나마 가능성을 보이는 이 두가지도 숨이 끊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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