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무심하다. 어떤 이에게는 지독히 냉정할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공평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인간의 생각일 뿐, 자연은 무심하다는 말도 의미가 없을 정도로 단지 그냥 존재할 뿐이다. 거기에 정의가 있을 필요도, 공평함이 있을 필요도 없으며, 자비는 더더욱이고 조화라는 것도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다. 존재할 확률이 높은 것들이 존재할 뿐, 그게 전부다. 나는 남들과 다를 거라는 생각은 첫째 그것이 아마 착각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으며, 둘째 설사 그 생각이 맞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무의미하다. 그 지독한 무의미와 허무함이 쾌락을 쫓는데 온 정력을 쏟게 하거나 현실을 도피하거나 초월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어떤 발버둥도 세상을 바꿀 순 없고 잠시 존재하다 사라질 것이다. 온갖 의미를 갖다붙이며 인생을 치장하는 사람들은 발가벗겨진 허무감 속에서 무로 돌아갈 것이다. 허세로 치부돼 버릴 이 글만큼이나 존재감은 가볍다. 극도의 허무감. 그러나 예고된 허무를 잊고 산다. 우리 속에 갇혀 사는 식용 동물들처럼. 어쩌면 그 동물들은 저마다 자신은 특별한 존재라 생각할지 모른다. 유일한 자아인 내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은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그러나 우리는 진화의 소모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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