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아리 선배들과 오랜만에 만났다. 카페에 쓰시던 글들을 보고 존경해 마지않던 분들을 오랜만에 뵙고 처음 뵈었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사신다. 독서토론 동아리였기에 시사 문제에 대한 관심도 많았고 작은 보폭이지만 사회를 바꾸기 위한 활동들도 동아리에서 했었다. 나는 물리학과로 진학하였다. 그것도 사회와는 단절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지방의 단과대학으로. 그분들은 계속 고민들과 행동들을 하고 있었고 나는 많이 다른 길을 가며 관심사가 달라졌고 생각들도 바뀌었다.
거진 10년만에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얘기하고 작은 정치적 활동들을 얘기하였다. 어딘가 멀리 유배를 갔다가 오랜만에 세상얘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그런 문제들이 있었지, 그런 문제들을 고민했었지, 그렇고 그런 생각들이 떠올랐다. 종합대학을 가지 않은 후회는 빠질 수 없이 떠올랐고 그동안 세상 공부를 너무 게을리했다는 자책이 들었다. 이렇게나 사회 문제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것은 절반은 학교 탓이고 절반은 내 탓이다. 그 학교를 고른 것도 나니 결국엔 전부 내 탓이긴 한데, 어쨌든 학교는 재쳐두고라도 나혼자라도 계속 관심을 가졌다면 이정도까지 시제에서 멀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분들의 이상향은 나의 이상향과는 많이 다르고(달라졌고), 접근하는 방식 또한 다르다. 그렇지만 정리된 내 생각이 없다. 고민이 게을렀고 공부가 게을렀기 때문이다.
새로운 자극을 주는 시간이었다. 부족하지만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았다. 다시 글을 연습해야겠다. 생각을 정리해야지 말을 할 수 있다. 정리되지 않은 말은 이리저리 찢긴 쇠막대기처럼 어느 것도 제대로 찌르지 못하고 상처만 준다.
다시 공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