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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어디에서도 방향을 잘 찾는다? 거기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설명.

 

TV 프로그램에서 이런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실험의 가설은 남자는 어디에 있든 한번에 어디가 북쪽인지 찾을 수 있고, 여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실험에 참가한 남자들은 모두 한번에 북쪽을 정확히 찾았고 여자들은 어딘지 알지 못하거나 틀린 대답을 했다. 방송의 재미를 위해 편향되게 편집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다만 비율상 남자들이 낯선 곳에서 방향을 잘 찾고 여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은 어느 정도 검증된 것이다.

진화심리학은 그 이유를 진화적으로 설명한다. 아래는 데이비드 버스의 <마음의 기원>에 나와 있는 설명이다. 남자가 방향을 더 잘 찾는 이유는 더 우월해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을 오랫동안 도맡았기 때문에 자기들이 맡은 역할에 맞는 공간 인지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동물을 추적하고 죽이는 것은 식용 식물을 찾아다니는 것에 비해 다양한 공간 과제 해결능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적응은 진화 역사를 통해 남성과 여성의 다양한 공간적 기술을 선호해왔을 것이다.  ... 이러한 기술에는 대상 및 공간에 관한 방향설정 능력, 먼 거리를 개념적으로 가늠하는 능력 그리고 정확한 방향을 유지하며 이동하기 위해 필요한 정신적 처리의 수행 등이 포함된다. 이는 낯선 땅을 지나 사냥감을 추적할 수 있도록 도왔고, 사냥감을 기절시키거나 죽이기 위한 정확한 투척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왔다(Silverman & Eals, 1992, pp. 514-515)

수렵은 종종 사냥꾼들을 집에서 멀리 떠나도록 만들기 때문에 자연 선택은 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사냥꾼을 선호했을 것이다.

(인용자 주: 여성에 대한 설명) 대상의 공간적 배치에 대한 인식과 회상, 그것은 대상 배치의 내용과 다른 대상과의 공간적 관련성을 빨리 습득하고 기억하는 능력을 말한다. 성공적인 양식획득은 대상과 자신의 위치에 대한 말초 지각(peripheral perception)과 우연 기억(incidental memory)에 의해 증가되었을 것이다(Silverman & Eals, 1992, p.489).

간단히 말하면, 이 이론은 여성들이 채집에 적응했기 때문에 더 월등한 "공간 위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측 한다. 남성들은 더 월등한 이동 능력과 지도 읽기 그리고 동물을 쓰러뜨리기 위해 공간을 통해 창을 던질 수 있는 정신적 회전능력을 가졌을 것이다. 

<마음의 기원>, 2판, 데이비드 버스, 김교헌, 권선중, 이흥표 역, 133-134페이지


남성은 정확한 방향을 유지하며 이동하는 능력을 필요로 했다. 즉 낯선 곳에 멀리 가서도 쉽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다. 반면에 여성은 대상의 배치에 관한 기억, 즉 반복해서 채집하는 곳을 찾아가는 능력이 필요했다. 여성은 무엇 옆에 무엇이 있고 무엇 옆에 무엇이 있다는 등의 공간적 배치를 잘 기억해야 했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남성은 낯선 곳에서도 방향을 잘 찾고 길을 잘 찾는다. 반면에 여성은 한번 갔던 곳을 잘 찾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평균적인 능력을 말하는 것이지 개별적으로는 다를 수 있다. 가령 나는 남자지만 방향 감각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만약 내가 수렵 채집 시대에 태어났다면 먼 곳에 절대 혼자 사냥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고 사냥 성과도 작았을 것이다. 나처럼 남자로 태어나서 길치(방향치)인 분들, 네비게이션이 있는 오늘날 태어난 것이 다행으로 느껴지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