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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날지 못하는 새

nanael 2007. 3. 26. 21:08

어른이 되면 날지 못하는 새가 있다.
이 새는 처음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낼 때는 두 날개로 날줄 알다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그 능력을 잃어버린다.
제대로 말하자면 능력을 잃어버린게 아니라 굳어버린 것이다.
그 새는 아주 특이한 종이다.
새이면서 땅에서 기어다니는 이것 저것을 먹어야 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 스스로 자립해야 될 때가 되면,
땅으로 내려와 먹을 걸 찾으러 다니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날개는 굳어지고, 다리의 근육은 발달하게 된다.
멀리 보는 원시 보다 눈 앞의 땅을 보는 근시가 발달한다.
이 종의 어미들은 새끼에게 마음껏 하늘을 날아다녀라고 한다.
세상을 넓게 보고, 자유를 만끽해라고.
새끼들은 어른도 날지 못하는 하늘을 자신들은 날수 있다며 뿌듯해한다.
그러다 그 어미들은 새끼가 나이를 먹기 시작하면, 새끼에게 먹이를 잡는 법을 가르친다.
먹이를 스스로 찾게 되면서 새끼들은 더 이상 날지 않는다.
그래서 더 이상 새끼가 아니다.
그들은 조금씩 어른이 되어, 조금씩 하늘을 나는 시간이 줄어들고, 현실이라는 땅에서 먹이를 찾으러 다닌다.
그렇게 살아나가야 한다.
나는 건 그저 어렸을때의 일이다.


어른이 되서도 먹이를 찾지 않고 하늘만 날려고 하는 개체들에게는
먹이도 찾지 않으면서 하늘만 날려고 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저런 놈은 굶어 죽게 되있다고들 입을 모은다.


하늘을 난다면 세상을 다시 아름답게 볼수 있을텐데, 날개는 움직일때마다 두둑 소리만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