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책메모] <지식인을 위한 변명> - 변증법에 대한 주석

nanael 2011. 10. 12. 00:50

박영태가 번역한 <지식인을 위한 변명>(사르트르, 이학사)에 변증법에 대한 주석이 자세히 달려있다. 변증법, 정반합 등의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정확히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비록 주석으로만 달려있는 것이지만 명쾌하게 설명되었다고 생각되기에 정리해 둔다. 변증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흔히 쓰이는 변증법은 둘째에 해당하는 것 같아 그것에 관해서는 자세히 옮기고, 다른 하나는 핵심만 쓰겠다. 


변증법은 아주 크게 보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변증법은 상대의 입장에 어떤 자기모순이 있는가를 논증함으로써 그 반대급부로 나의 입장의 올바름을 입증하는 대화술을 말한다. (중략)
둘째, 변증법은 헤겔 철학에서 변화하는 현실, 즉 인식과 사물의 변화 발전 운동을 모순과 대립을 근본원리로 삼아 동적으로 파악하여 설명하는 논리를 말한다. 헤겔은 인식 또는 사물은 정, 반, 합 의 3단계를 거쳐서 발전, 전개된다고 생각하였으며, 이 3단계의 전개를 변증법이라고 하였다. 우선 '정'의 단계란 인식 또는 사물이 자신 속에 모순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순을 인지하지 못하는 단계이다. 다음으로 '반'의 단계란 인식 또는 사물 속에서순이 자각되어 밖으로 드러나는 자기부정의 단계이다. 마지막으로 '합'의 단계란 인식 또는물이 이처럼 자기부정이라는 모순에 부딪침으로써 결국은 제3의 합으로, 즉 정과 반이 종합통일된 것으로 나아가는 단계이다. 이 합의 단계에서는 정과 반에서 볼 수 있었던, 인식 또는사물에 대한 두 규정이 한꺼번에 부정됨과 동시에 한꺼번에 살아나서 통일된다. (후략)
-역자 주석, 사르트르, <지식인을 위한 변명>(박정태 역), 이학사, 60-61페이지 




정과 반은 서로 반대되는 의견이고 합은 그 둘을 절충한 혹은 창조적으로 합성한 것이라고 나이브하게 생각해왔다. 실제의 변증법은 모순을 가지고 있는 인식 또는 사물이 필요하며 반이 그것을 드러냄으로써 합의 단계로 나간다. 사실 이 과정이 그리 명확하지 않다. 모순이 있지만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가 모순을 발견하는 단계까지는 명확하지만 '합'이 된다는 것은 정확히 무엇을 얻는다는 것일까. '합'은 아무리 엄밀히 정의하려고 해도 불가능하다. 자기모순을 인지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체계 자체를 버리거나 예외 사항을 두거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던가 하는 방법밖에 없을진대, 그것이 종합 통일된 '합'으로 간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에서나 발견되는 역설을 이용하여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것과 비슷한 의미라면 실망스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