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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를 가다
nanael
2008. 3. 17. 22:26
오랜만에 새들의 대화를 들으니 마음이 정갈해졌다.
발걸음 하나 하나를 관찰하며 계단을 올랐다.
곳곳의 법당 디딤돌 앞에는 가지런히 벗어놓은 신발들이 있었다.
쪽문 안으로는 정성 들여 기도를 하는 아줌마들이 보였다.
순간 울컥 하고 눈물을 쏟을 뻔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그들의 진심이 내 마음 속 어딘가를 자극했을 것이다.
산 사람에게 손을 모으고 하는 기도는 처절해 보이지만, 죽은 이에게 하는 기도는 신성해 보이는 것인가.
그렇게 절을 하더라도 결국 구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밖에 없다고 그 아주머니들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사찰 곳곳을 둘러보고, 계명암까지 올라가 숨을 내쉬었다.
결국 나는 절을 하지 않았는데, 문화에 대한 예의로라도 할 수 있었는데, 진심 없는 절은 무의미하다 생각했기에..
부처가 살아서 자신에게 절을 하는 모습을 본다면 어떠했을까. 틀고 있던 가부좌에서 벌떡 일어나 만류하는 손짓을 하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부처가 살아있었더라면 그런 진심어린 기도들을 외면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