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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meme)에 대한 잡상

nanael 2008. 9. 26. 14:21

1. '이기적유전자'에는 밈(meme)이라는 자기 복제자에 대한 설명이 있다. 사회, 문화적인 현상 또한 자기 복제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들만의 진화를 해나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2. '남기고 싶은 것은 유전자만이 아니다'와, '존재할 확률이 높은 것들이 존재한다'에서 정보라는 개념으로 일반화 시킨 것이 '이기적유전자'에서는 밈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3. 이전 글에서는 정보의 진화라는 개념도 간접적으로 유전자에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리처드 도킨스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뇌가 정보를 복제할 수 있게 된 순간 새로운 환경 위에 문화, 개념 등의 자기 복제자들이 그들만의 진화를 시작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4. 그의 말대로 자기복제자의 성질을 가진 것들은 자기들만의 진화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술'의 발전이다. 그러나 어떤 밈도 사실 유전자와의 연결점을 찾을 수 있다. 직간접적으로 유전 확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리처드도킨스는 밈의 예로 '신'에 대한 믿음을 드는데, 과학이 발전하지 않은 시대는 물론이고, 현재 시대에도 '신'을 믿는 것이 믿지 않는 것보다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신 뿐만 아니라 사후세계를 믿지 않으면 미치도록 불안하다.

5. 어떤 밈이든 쉽게 퍼질 수 있는 특성은 유전자(와 환경으)로 정해지는 뇌의 메커니즘과 관련이 있다. 거창하게 뇌의 메커니즘이라고 했지만 보편적인 심리법칙을 말한다. 편하고 에너지가 덜 드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는 인간의 특성은 그것을 만족시키는 밈(에스컬레이터, 자동차, 보다 간단한 공식)의 복제성을 높이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사후세계, 유령, 신 등의 밈의 번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6. 그러나 동시에 유전자와 밈을 분리해서 분석해도 상관없다. 형질들의 조합으로 그리드가 이루어져 있고, 각 점에 그 형질조합의 적합도가 적혀있는 지형을 상상해보자. 생물학적 진화는 돌연변이를 통해 더 높은 적합성을 무작위로 찾는 과정이다. 밈의 진화도 똑같이 지형도로 나타낼 수 있다. 유전자와 밈의 지형도를 동시에 나타내는 것도 가능할 것 같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지형도를 따로 그릴 수 있고, 따로 특성을 분석 할 수 있다. 유전자와 밈은 정보를 담은 매개체가 다르고 특성도 차이가 있다. 밈 안에서도 책을 통해 전해지는 밈, 논문을 통해 전해지는 밈, 생활 습관을 통해 전해지는 밈, 문화의 형태로 전해지는 밈 등 매개체가 다른 밈들을 따로 지형도로 그릴 수 있다.

7. 자기 자신을 복제하려는 성질을 가진 '정보'는 살아남기 유리하고, 그래서 많이 존재한다. 유전자의 복제는 어떻게 유전자가 자신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복제하는 방법을 우연히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그 성공여부가 갈린다. 거기에 의지는 없다. 밈의 경우에는 뇌라는 저장매체와 감각기관으로부터 들어오는, 혹은 뇌 자체에서 생산하는 전달매체가 있다. 정보의 가치는 뇌가 평가하고 높은 점수를 얻게 되면 살아남는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생산해 낸 밈이 퍼져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자신의 영향력이 높음을 인지하고 싶은 욕망인데, 정보 자체에는 없는 '의지'가 사람의 의지(욕구)를 만나 복제하려는 성질을 가진다. 유전자로부터 발현된 정보가, 다른 정보의 복제를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