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ael 2011. 4. 28. 12:39

초등학생들이 기숙사 식당에 단체로 왔다. 식당 앞 마당에서 웃고 뛰고 돌 위에 오른다. 그들의 의식은 명료하며 어른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나는 그 시절의 기억들을 떠올릴 수 없다. 사진처럼 기억의 파편들이 남아있을 뿐이다. 어차피 거의 다 잊을 것이라면 유년시절은 왜 필요할까. 저기 웃고 뛰고 돌 위에 오르며 노는 시간들은 기억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주 일부분만 기억된다면 왜 아팠던 기억들이 즐거웠던 기억들보다 더 남아있을까. 왜 각인은 그런 기억들에만 남을까.
지금의 시간은 글로 남기기 떄문에 언젠간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시간들은 왜 필요한 걸까. 왜 모든 걸 기억할 수 없으면서 전생애를 살아야할까. 기억할 수 있는 파편화된 시간들만 압축하여 살 순 없을까.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의 회로를 견고하게 만든 일들이 지금의 나를 조정하는지도 모른다. 그 버려진 시간들이 빙산의 구(九)각을 이루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알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웃고 뛰고 돌 위에 오르는 행위가 그들에겐 무엇을 남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