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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녹지 않는 눈이 있다.

nanael 2010. 3. 12. 01:10

한바탕 눈이 내려도 한바탕 빛이 나리고 나면 거짓말처럼 하수를 따라 흐른다
그리고 언제나 녹지 못한 눈은 남는다.
음지 그리고 사람의 발이 닿지 않는다면.

따라 녹지 못하고 덩어리져 남아버린 섬 같은 눈들을 본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에 어렸을 때부터 여러 정의를 내렸다.
지금도 어리지만 그 때보다는 더 현실에 가까운 정의를 내릴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기 우화를 하나씩 깨가며 자신과 세상에 대한 환상을 녹이는 것.

녹아가는 과정에서 범벅이 되어 지저분해진다. 아름다웠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보도블럭이 드러날 때까지 회의가 지속된다.
무엇이 무엇인지, 나는 무엇인지, 나는 대체 뭘하는 것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런 시기가 몇번씩 찾아온다.

내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인지 하는 문제는 철학적인 문제가 아니다. 지극히 세속적이지만 총체적인 회의를 가져오는 걱정이다. 정말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거울을 보고 놀라듯이 놀란다.
아무것도 몰랐고 지금도 모른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 하는 모든 것이 의미없어보이고 의미없이 살아가는 것 같다. 그건 다 허상이 만들어 낸 삶의 부조리라고 말해주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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