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가산점제도 논쟁 ① - '상징적 제도'
아래 칼라박스의 내용은 한 친구가 블로그에 ‘설득을 위한 근거’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 중 일부이다.
군가산점제 토론을 할 때 어떤 사람들이 말했다. "군가산점제도는 상징적인 제도이기 때문에 필요하다"
다른 어떤 이들이 말했다. "군가산점제도는 상징적인 제도일 뿐이니 필요없다".
이런 주장들은 서로에게 설득될 수 없다. 두 주장 모두 “상징적인 제도”라는 모호한 표현을 근거로 하고 있는데, 설득을 위한 근거는 실증적이어야 한다. 가령 군가산점제도 수혜를 몇 명이 받을 수 있는지, 혹은 사람들의 군가산점제도에 대한 인식 통계, 대안의 예상 비용 제시나 다른 나라의 좋은 해결법 등의 근거에 기초해 대담한 주장을 해야 한다. 물론 이 예시 근거들은 오직 그 실증성에서 좋다고 평할 수 있을 뿐, 주장을 얼마나 지지해주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겠다.
(링크는 친구가 원치 않아 생략)
실증적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전체 글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예로 든 군가산점제 토론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상징적인 제도’라는 표현은 따져보면 그리 모호하지 않으며, 가산점 찬성측에서 주장하기에 적절한 논점이다. 이 주장은 아직 ‘실효적인 제도’(수혜가 극소수의 사람이 아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유효하게 적용 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실효적인 제도가 마련되기 전까지 ‘상징적인 제도’(극소수의 사람만이 혜택을 받지만 국가의 강제에 의해 군복무를 한 사람에게 국가 공무원 선발에서 가산점을 주기 때문에 상징적인 제도)를 한시적으로 도입 또는 유지함은 타당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경우에 찬성측은 현재 실효적인 제도가 없거나 부족함을 근거를 통해 제시해야 한다.
반면 상징적인 제도일 뿐이니 필요 없다는 주장은 찬성 측 주장에 대한 방어를 위한 것인데, 확실한 근거를 마련해놓지 않는다면 위험한 주장이 될 수 있다. 왜냐면 상징적인 제도는 반드시 도입할 필요도, 반드시 폐지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효적인 제도가 부족할 때에는 상징적인 제도라도 있는 것이 낫다. 상징적인 제도이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가령, 셋째 자녀를 낳을 때부터 주는 쥐꼬리만한 양육보조비가 실효성은 없고, 상징성만 있다고 하여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군가산점제는 상징적인 제도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주장에 직접적인 반박은 호봉제, 응시연령 연장 등 이미 있는 제도가 충분함을 근거로 대는 것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근거를 찾지 못한다면 논점을 바꿀 수밖에 없는데, 군가산점제 자체의 모순에 대해서 주장을 하거나, 사회전체적인 시각으로 군가산점제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지 않은 실효적인 제도를 제시하여 반박하는 것은 상징적인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되지 못한다. 왜냐면 상징적인 제도가 폐지된다고 해서 실효적인 제도가 도입 가능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단, 양육보조비 같은 경우는 제시한 실효적인 제도로 예산을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요약하면 이미 많은 제도가 있어 상징적인 제도가 필요 없거나, 상징적인 제도를 폐지함으로써 실효적인 제도가 도입 될 수 있거나, 시기를 당길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상징적인 제도이기 때문에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
‘상징적인 제도‘ 논쟁은 (반대측이 피하지 않고 끌고 간다면) 결국 ’기존에 있는 다른 제도‘가 실효성이 있느냐 없느냐로 수렴하며, 그 때 친구가 박스에서 말한 실증적 근거가 필요해진다.
지금까지의 얘기는 ‘상징적인 제도’라는 양쪽 모두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지엽적인 논점에 대한 나름의 생각이었다. 지금부터가 이 글의 진짜 목적에 부합한다. 그런데 잠이 와서 내일 쓰련다.